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작품의 완성도, 배우의 뛰어난 연기도 중요하다. 그러나 결국 관객을 빼놓고 볼 수는 없는 게 공연이다.
최근 공연계가 떠들썩했다. 관객을 기만했다고 봐도 무방할 사건들이 연이어 터졌다. 그간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관객들을 공분케 만든 것은 처음이다.
연극 및 뮤지컬이 아직까지는 드라마, 영화 등에 비해 대중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공연계는 공연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고,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 중엔 스타 마케팅을 비롯 관객층의 다양화가 있었다.
그러나 숱한 도전 속에 시행착오는 항상 존재해 왔다. 특히 기존 관객들을 헤아리지 못한 섣부른 판단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제일 컸던 잘못된 판단은 뮤지컬 ‘모차르트!’와 연극 ‘보도지침’ 사건에서 드러났다.
먼저 뮤지컬 ‘모차르트!’는 스타 마케팅에 혈안이 된 나머지 관객들의 거부감을 살만한 캐스팅을 시도했다. 지난 2009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가수 이수를 모차르트 역으로 캐스팅한 것. 이에 공연 팬들은 거세게 반대했고, 일부 팬들은 적극적인 보이콧 운동을 했다. 사태는 악화됐고, 결국 이수는 하차했다.
이에 이수는 “격려와 위로, 날카로운 말들까지도 모두 고맙다. 아직 새로운 일을 도전하기에 제 자신이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며 “수많은 거절이 있었지만 이번 일은 많이 아쉽다. 자꾸 이렇게 넘어지는 모습만 보여드리게 되어서 송구스럽고 제 자신이 더욱 미워진다”고 고백했다.
이어 “최선을 다해 좋은 음악과 공연을 만들겠다. 도리에 어긋남 없이 제 할 일을 꿋꿋이 하겠다”며 “이런 소식을 또 전하게 되어 미안하고 좋은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겠다. 진심을 담아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제작사 EMK 측 역시 “뮤지컬 ‘모차르트!’를 사랑해주시는 관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 훌륭한 보컬리스트인 그의 재능이 무대에서 펼쳐지지 못해 제작사로써 매우 안타깝다”며 “이수씨의 출연에 기대해주신 많은 분들께 캐스팅 하차 소식을 전하게 되어 유감이다. 그의 다음 행보를 따스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 드린다”고 사과했다.
아직 대중은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인물을 공연계로 끌어들인 것이 문제가 됐다. 공연의 진입 장벽이 낮은 것에 대해 뮤지컬을 사랑하고, 무대를 존중하는 관객들의 분노를 샀다. 화가 난 관객들을 무시한 채 본인들의 결정을 강행하려 했던 것 역시 더 큰 화를 불렀다. 결국 관객들이 움직였고, 공연은 관객들을 위해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연극 ‘보도지침’ 역시 관객들을 기만해 결국 자신들이 피해를 봤다. 제작사 엘에스엠컴퍼니 이성모 대표가 20~30대 여성 관객이 불쾌할 만한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모든 세대와 성별을 아우를 수 있는 공연을 보고 싶었다”는 것이 이대표의 의중이었지만 활자로는 그 뜻이 전해지지 못했다.
이에 관객들은 ‘보도지침’에 보이콧을 선언했고, 이성모 대표부터 배우들까지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돌아선 관객들의 마음을 푸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공연의 주체가 되는 주 관객층을 헤아리지 못한 실수로 인해 생긴 촌극이었다.
최근 공연계는 관객들에게 큰 실수를 했다. 관객들을 단순히 손님으로 봤기에 생긴 실수였다. 아직 다른 매체에 비해 대중화 되지 않은 곳이 공연계이기에 이들은 기존 관객들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기존 관객들에 대한 존중이 기본이 되어야 더 대중적인 매체로 거듭날 수 있다.
물론 관객들 역시 간혹 부당한 요구나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관객들의 요구나 행동에 그 누구도 반기를 들 수 없었다. 공연을 사랑하기에 할 수 있는 요구였고, 무대를 존중하기에 행했던 행동이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공연계는 관객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수, 뮤지컬 ‘모차르트!’ 포스터, 연극 ‘보도지침’ 출연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EMK뮤지컬컴퍼니, 벨라뮤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