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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ATM)의 수비는 마치 깨지지 않은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 같았다. 그들은 바이에른 뮌헨의 20개 슈팅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2015-1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홈경기를 승리로 가져갔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계획은 완벽에 가까웠다. ① ATM의 출발은 에너지가 넘쳤다. 시메오네는 수비라인을 많이 내리지 않고 앞에서부터 압박하는 방법을 택했다. ② 그리고 압박을 통해 상대 공을 빼앗은 순간 바로 공격을 시도했다. ③ 그렇게 선제골을 터트린 ATM은 후반에 수비를 겹겹이 쌓은 일명 버스전술로 한 점차 승리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팀으로서 압박도 뛰어났지만 1대1 개인 대결에서도 ATM은 훌륭했다. 상대 측면 돌파를 무력화시켰고 결과적으로 로베르토 레반토프스키를 가뒀다. 이제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자세히 해보자.
#선발 명단
시메오네 감독은 페르난도 토레스와 앙투안 그리즈만을 투톱에 배치했다. 그리고 사울 니게스와 코케를 4-4-2 포메이션의 측면 미드필더로 세웠다. 부상으로 제외된 센터백 디에고 고딘이 자리는 스테판 사비치가 대신했다. 바르셀로나전에서 맹활약했던 야닉 카라스코는 부상으로 제외됐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4-1-4-1로 경기를 시작했다. 레반도프스키가 원톱에 섰고 좌우 측면에 킹슬리 코망과 더글라스 코스타가 자리했다. 반면 토마스 뮐러는 벤치에 머물렀다. 그리고 포백(back four:4인수비)에선 하비 마르티네스와 다비드 알라바가 센터백 조합을 구성했다.
#전반전
앞에서 언급했듯이 ATM은 기다리지 않고 앞에서부터 바이에른을 압박했다. 4-4-2의 장점은 두 명의 스트라이커(토레스+그리즈만)가 상대 센터백을 가까운 거리에서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에른은 ATM의 이러한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인 사비 알론소가 후방으로 내려와 3vs2의 수적 우위를 점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다음이다. 투톱의 압박을 벗어나 측면(필립 람 또는 후안 베르나트) 혹은 중원(아르투로 비달 또는 티아고 알칸타라)에 공을 전달해도 곧바로 ATM은 1대1 대인방어로 공을 탈취하거나 바이에른의 패스 방향을 뒤로 밀어냈다. 그로인해 8강까지 평균 92%를 자랑하던 바이에른의 패스성공률은 86%로 크게 떨어졌다. 전방 압박이 주는 또 하나의 효과는 공을 빼앗았을 때 상대 문전까지 이동하는 거리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평균 패스성공률이 60%대인 ATM이 후방 빌드업을 통해 상대 골문까지 이동하긴 쉽지 않다. 특히나 상대가 바이에른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물론 그럼에도 그리즈만, 니게스 등 뛰어난 드리블러를 보유한 ATM은 상대 진영까지 공을 운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압박을 통해 높은 위치부터 카운터어택을 시도하면 그만큼 마무리 슈팅까지 연결할 확률이 높아진다.
#사울 니게스
ATM 4-4-2에서 좌우 측면에 선 니게스와 코케의 움직임은 조금 달랐다. 왼쪽의 코케는 다소 중앙에 쏠려 가비와 아우쿠스토 페르난데스를 돕거나, 바이에른의 오른쪽 풀백 람이 공을 잡으면 압박하는데 집중했다. 반면 니게스는 베르나트를 압박하면서 동시에 토레스와 그리즈만이 상대 센터백을 유인할 때 생기는 중앙 공간을 파고들었다. 전반 11분 결승골은 사실상 니게스 혼자 능력으로 만든 득점이다. 마지막 알라바까지 무려 4명의 바이에른 수비를 개인 기술로 따돌린 뒤 득점에 성공했다. 실제 니게스의 전반전 활약은 대단했다. 5번의 돌파를 모두 성공했고 그 중 3개가 득점 과정에서 나왔다.
#방패
니게스의 결승골도 뛰어났지만, 결과적으로 1-0 승리를 지킨 건 ATM의 ‘수비’였다. 기록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들은 무려 39번의 태클을 성공했다. 이는 하루 전 맨체스터 시티와 레알 마드리드 경기에서 나온 전체 태클(33번)보다 많은 숫자다. 가로채기도 압도적이다. 25번의 가로채기를 성공해 6번에 그친 바이에른보다 4배 이상이 많았다. 태클과 가로채기를 합하면 수비적인 성공만 64차례가 된다. 선수 개개인을 보면 더 확실해진다. ATM 역습의 시발점인 그리즈만은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7번의 가로채기를 성공했다. 코케도 4차례나 됐다. 측면 풀백들의 대인 방어도 인상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코스타와 충돌한 필리페 루이스는 8번의 태클과 8번의 공 뺏기로 1v1 승부에서 완승을 거뒀다.
#후반전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자 과르디올라 감독은 교체를 통해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이미 지난 유벤투스와의 16강 2차전서 ‘교체 승부수’로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던 그다. 하지만 이번에는 효과가 없었다. ‘코망, 티아고, 베르나트’를 ‘프랑크 리베리, 뮐러, 메흐디 베나티아’로 바꿨다. 동시에 필리페 루이스에 고전하던 코스타를 왼쪽으로 이동시켰다. 공격적인 변화는 유효슈팅의 증가로 이어졌다. 하지만 끝내 골을 만들어내진 못했다. 과르디올라는 경기 후 “찬스가 많았지만 완성도가 부족했다”며 선수들의 공격 패턴이 단조로웠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메오네 감독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교체 카드 ‘1장’을 사용했다 후반 39분에서야 니게스를 불러들이고 토마스 파티를 투입했다. 체력적인 보강 차원의 교체였다. 시메오네는 공격과 수비에서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다만, 뮐러 투입 후 코케가 중앙으로 쏠리면서 람에게 전진할 공간이 생기자 4-5-1로 전환해 그리즈만을 왼쪽 측면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비달의 마지막 슈팅을 얀 오블락 골키퍼가 잡아내면서 승리의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제 승부는 5월 4일 알리안츠 아레나서 열리는 2차전으로 넘어갔다. ATM의 방패가 또 한 번 빛난다면 결승 티켓은 그들의 차지가 될 것이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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