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모든 포지션이 그렇듯, 센터백(Center back)도 다양한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강인한 피지컬과 스피드는 기본이다. 이제는 감독의 철학에 따라 미드필더처럼 ‘패스(pass)’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특히 현대축구에서 중시되는 빌드업(Build-up:공격전개)에서 센터백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ex하비에르 마스체라노)와 풀백(ex얀 베르통헌)의 센터백 변신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 모든 포지션을 완벽하게 뛸 수 있는 선수는 없다. 오늘은 달레이 블린트가 그랬다.
#선발 명단
슬라벤 빌리치 감독은 최전방에 193cm 장신 공격수 앤디 캐롤을 세우고 공격 2선에 디아프라 사코, 디미트리 파예, 마누엘 란지니를 배치했다. 기본적으로 4-1-4-1처럼 보였지만 란지니가 전진할때는 4-3-3 같기도 했다.
루이스 판 할 감독은 4-1-4-1을 가동했다. 마루앙 펠라이니가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가운데 웨인 루니와 안데르 에레라 그리고 모건 슈나이덜린이 역삼각형을 구성했다. 부상이 의심됐던 앙토니 마샬은 왼쪽에 포진했고 크리스 스몰링과 함께 블린트가 센터백에 섰다.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112년 역사의 불린 그라운드에서 마지막 홈경기를 치른 웨스트햄 선수들의 투지가 빛난 경기였다. 가로채기는 플레이의 적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이날 웨스트햄은 바로 이 적극성이 돋보였다. 총 25개의 팀 가로채기를 기록했는데, 상대 진영에서 성공한 가로채기만 7개가 됐다. 하프라인 근처까지 포함하면 절반 이상이다. 그만큼 많이 뛰며 맨유를 압박했다는 얘기다. 태클도 마찬가지다. 30개의 태클 중 1/3이 맨유 진영에서 발생했다. 웨스트햄은 뛰고 또 뛰며 맨유를 괴롭혔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는 캐롤과 파예다. 캐롤은 맨유를 상대로 높이에서 압승을 거뒀다. 공격진영에서의 공중볼 다툼에서 캐롤은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15번의 헤딩을 시도했고 9번을 따냈다. 판 할이 우려했던 부분이다. 판 할은 경기 전 “맨유는 신장이 높지 않은 팀이다. 그로인해 세트피스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펠라이니 결장아 아쉽다”고 했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캐롤에게 직접 골을 허용하진 않았지만 그에게 수비가 집중되면서 결과적으로 3실점 중 2골을 세트피스에서 헤딩으로 내줬다.
사실 높이가 있어도 이를 활용한 정확한 킥이 없다면 큰 효과를 보기 힘들다. 웨스트햄에선 파예가 이 대단한 걸 해냈다. 파예는 이날 가장 많은 8번의 득점 기회를 창출했다. 그리고 그 중 2개의 프리킥이 동점골과 역전골로 이어지며 웨스트햄 승리를 이끌었다. 코너킥에서도 파예의 킥은 위협적이었다. 총 6번의 코너킥 중 5개가 슈팅으로 연결됐다.
#빌드업 센터백
토탈사커와 바르셀로나에서 영향을 받은 판 할은 빌드업을 중요시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그가 올 시즌을 앞두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와 윙백으로 뛰었던 블린트를 센터백으로 전환한 것이었다. 누구보다 점유율에 집착한 그는 공을 소유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패스’ 잘하는 센터백이 필요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센터백 중 한 명을 미드필더로 바꾸면 됐다. 압박 축구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공격형 미드필더는 공을 소유하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아직 센터백에겐 공간이 있다. 대부분이 원톱(1명의 공격수)을 사용하기 때문에 센터백 중 1명이 압박을 받아도 다른 1명은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달레이 블린트
문제는 ‘빌드업 센터백’의 경우 본래 수비수가 가져야 할 기본 요소에서 약점을 노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블린트가 다재다능한 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전형적인 센터백처럼 높이 뜨고, 몸 싸움에 강할 수는 없다. 그간 영리한 움직임으로 이를 상쇄했지만 매 경기 잘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제 블린트는 시즌 내내 피지컬이 강한 공격수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우스햄튼전에선 그라지아노 펠레에게 당했고 웨스트햄전은 캐롤에게 고전했다.
이날도 블린트는 가장 많은 패스(60번)을 기록했다. 하지만 라인을 조정하는 ‘움직임’과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맨마킹(1대1수비)’에서 실수가 잦았다. ‘빌드업 센터백’의 특성상 블린트는 공을 가지고 전방으로 이동할 때 수비 위치를 벗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때 상대에게 공을 빼앗길 경우 곧바로 역습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웨스트햄전도 캐롤과 파예가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면 더 일찍 승패가 갈릴 수도 있었다. 맨마킹은 더 치명적이었다. 한 번은 선수를 놓쳤고 한 번은 혼자서 오프사이드 수비에 실패했다.
#루이스 판 할
경기 후 판 할은 “세트피스에서 실수가 패배로 이어졌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맨유에겐 중요한 경기였다. 웨스트햄을 이겼다면 맨체스터 시티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기회를 놓쳤다. 이제 마지막 경기를 이기고 맨시티가 패하길 바라야 한다. 이날 패배는 올 시즌 내내 이어진 맨유의 불안요소가 모두 드러난 경기였다. 그 중에서도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센터백으로 보직을 변경한 블린트는 최악의 수비로 판 할의 선택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줬다. 블린트는 다재다능한 수비수다. 그러나 약점도 분명했던 만큼 상대에 따른 대안도 필요했다. 필 존스가 부상으로 사실상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린 상황에서 센터백을 영입하지 못한 실수가 결국 판 할의 발목을 붙잡은 꼴이 됐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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