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신선우 총재는 WKBL 수장의 자격이 있을까.
WKBL 신선우 총재의 최근 언행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첼시 리의 혈통사기극에 대해 에이전트 2명, 선수 본인, KEB하나은행에 철퇴를 내렸을 뿐, 자신과 WKBL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신 총재는 지난 5일 이사회 직후 취재진 앞에서 "사과 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말로는 잘못했다면서 행동은 잘못한 사람 같지 않다. 검찰의 수사 중간발표가 나온지 1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책임 회피만 하고 있다. 심지어 그 사이 6개구단 단장들과 미국 연수를 다녀왔다. 지난주 박신자컵 서머리그를 통해 농구 팬들도 만났다. 후안무치가 따로 없다.
▲왜 책임지지 않나
수 차례 언급했지만, 첼시 리 사태는 단순한 사건사고가 아니다. 외국선수 한 명이 국내선수로 속여 한 시즌을 뛰면서 나머지 5개 구단과 농구 팬들을 농락했다. WKBL을 우습게 본 처사를 넘어 한국 체육사의 수치다. ESPN 등 외신에 해외토픽으로 보도됐을 정도다.
최근 한 법조계 관계자는 "첼시 리 사태에 WKBL과 하나은행이 법적인 잘못이 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라는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다. 근본적으로 이 사태의 1차적 책임자는 리와 에이전트 2명이다. 그래서 WKBL와 하나은행은 내부적으로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런데 한국 여자프로농구의 주인은 누구인가. 농구 팬들이다. 그런 점에서 첼시 리의 입단 과정에서 사기극을 밝혀내지 못한 WKBL과 하나은행에도 사회적, 도덕적 책임이 있다. WKBL이 일처리를 더 꼼꼼하게 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하나은행은 국내를 대표하는 금융그룹답게 이사회 직후 신속하게 사과하고 책임을 졌다. 구단주와 감독이 옷을 벗었고, 사무국장이 감봉 처분됐다.
하지만, WKBL은 여론에 귀를 닫았다. 결정적으로 WKBL은 물론, 농구계에 신 총재에게 직언할 사람이 없다. 19일 재정위원회가 열렸지만, WKBL 관계자를 징계할 수 있는 기구가 아니었다. 총재 산하 자문기구이자 형식적인 모임이었다. 그리고 재정위원들이 정말 한국농구를 사랑한다면 재정위원회를 통해 신 총재의 책임있는 언행을 요구해야 했다. 하지만, 그들도 똑같은 농구인 일뿐이다. 그 누구도 신 총재의 보이지 않는 권력에 대항하지 못했다. 심지어 하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5개 구단도 지난 시즌 피해자인데 WKBL을 성토하지 못하고 있다. 프로 구단으로서 자질이 의심된다. 지금 신 총재는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자리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프로스포츠 단체 수장의 현실인식이 이 정도다.
▲그냥 넘어갈 수 없다
WKBL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는 방법은 총책임자이자 수장 신선우 총재가 사퇴하는 것뿐이다. WKBL 관계자에 따르면 내부징계를 위해서는 인사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하지만, 인사위원회의 최종 결정권자 역시 신 총재다. 때문에 신 총재가 사퇴할 마음만 있다면 굳이 이사회니 재정위원회니 언급할 필요가 없었다. 깔끔하게 사퇴를 선언하고 물러나면 그만이다.
결국 지난 5일 이사회 직후 "죄송하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이후 말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연맹의 징계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1주일 뒤에 재정위원회를 열어서 다시 논의하겠다. 필요하다면 이사간담회를 열어서 정리할 부분이 있으면 정리하겠다"라는 말은 실언이었다. 재정위원회는 WKBL을 징계할 수 없다. WKBL은 아직 다시 이사회를 열 계획이 없다. 그리고 이사회 혹은 총회, 심지어 인사위원회가 열린다고 해도 최종결정은 신 총재 본인이 내린다. 애당초 책임질 마음이 없는 사람이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농구 팬들을 또 한번 우롱했다.
이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신 총재는 첼시 리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거나, 책임이 없다면 왜 없는지 공식석상을 통해 농구 팬들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그리고 2주 전 이사회 직후 실언에 대해 농구 팬들에게 사과 혹은 해명해야 한다.
프로 단체가 두 군데나 있지만, 프로 구실을 전혀 못하는 한국농구의 현실이 비참하다. 농구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기자로서 신 총재와 WKBL의 무책임한 뒷수습에 가슴이 아프다.
[신선우 총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