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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깜짝 금메달. 리우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박상영(한국체대)이 10일(이하 한국시각)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서 우승하며 리우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의 세 번째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그는 애당초 대한체육회가 분류한 금메달 후보가 아니었다. 펜싱은 1~2개의 금메달을 기대했지만, 여자 사브르 김지연이나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유력 금메달 후보였다. 박상영이 출전한 남자 에페만 해도 정진선이나 박경두에게 좀 더 많은 기대를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박상영은 해냈다. 지난해 3월 무릎 십자인대 수술 이후 약 1년 재활하며 정상적인 훈련을 하지 못했지만, 끝내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특유의 플레시(검을 쭉 뼈고 재빨리 달려와서 기습적으로 찌르는 공격방법)를 앞세워 세계 톱랭커들을 돌려세웠다.
애당초 한국은 리우올림픽 초반 유도와 사격에서 최소 2~3개의 금메달을 기대했다. 유도에는 안바울, 김원진, 안창림, 곽동한 등 남자 세계랭킹 1위가 즐비했고, 사격도 간판스타 진종오와 김장미에게 크게 기대했다. 그러나 이들 중 은메달을 따낸 안바울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냈다. 펜싱 역시 김지연이 16강전서 패배하며 올림픽 2연패 도전에 실패했다. 그만큼 올림픽은 변수가 많다. 그리고 국민과 언론의 큰 기대에 부담도 됐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올림픽 역사를 돌아보면 의외의 깜짝 금메달이 많았다. 4년 전 런던올림픽만 해도 사격 김장미, 유도 송대한 등이 기대하지 않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유승민도 중국 톱랭커들을 꺾고 남자탁구 단식 금메달을 딸 것이란 예상은 아무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리우올림픽 박상영까지. 한국의 깜짝 금메달 전통은 계속됐다.
왜 깜짝 금메달이 계속 나오는 것일까. 아무래도 주위의 기대와 부담 등 심리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이 부분은 확실한 금메달 후보들에겐 보이지 않는 적이다. 반면 깜짝 금메달을 따낸 선수들은 이 부분에서 자유롭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사고를 칠 수 있는 후보로 분류했음에도 국제무대서 많이 노출되지 않아 저평가된 케이스도 있다. 이날 금메달을 딴 박상영이 대표적이다. 박상영은 세계랭킹 21위에 불과하지만, 무릎 부상과 수술로 1년을 쉬었다. 그러나 주니어 때부터 물건으로 분류됐던 선수다. 재활로 컨디션을 다시 끌어올린 점, 결승전 10-14서 15-14로 대역전 금메달을 따낸 점 등은 박상영이 금메달 자격이 충분한 선수라는 걸 증명하는 대목이다.
리우올림픽은 아직 초반이다. 앞으로 깜짝 금메달이 몇 개 더 나올 수 있을까. 확실한 금메달 후보로 분류되는 선수들이 부담이라는 또 다른 적과 싸울 때, 누군가는 조용히 칼을 갈고 결전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박상영, 사진 = 리우(브라질)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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