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쇼킹했다.
프로농구 20년 역사에 기억될만한 빅딜이 1월 마지막날에 터졌다. LG와 kt가 트레이드 마감일을 눈 앞에 두고 핵심 국내선수를 맞교환했다. LG가 국가대표 슈터 조성민을 영입했다. kt는 김영환과 다음 시즌 LG의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획득했다. 양 구단은 약 1개월 동안 협상을 진행했다.
조성민은 kt 부동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김영환 역시 김종규와 함께 LG를 대표하는 간판스타였다. 두 팀이 토종 에이스를 맞교환한 건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공동 5위에 2경기 뒤진 LG는 김시래 전역과 조성민 합류로 6강 진입을 넘어 대권도전에 나섰다. kt는 사실상 올 시즌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미래를 기약했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있다.
▲LG&조성민
조성민의 기량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전력이 약한 kt서 집중견제를 받았다. 단순히 스크린을 받아서 외곽슛을 쏘는 역할에서 탈피, 진화를 거듭해왔다. 그 결과 정확한 외곽포는 물론, 2대2 전개와 패스센스도 갖췄다.
외곽포와 포스트업에 능한 김영환과 스타일이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로는 다르다. 엄밀히 볼 때 외곽포의 파괴력만큼은 조성민이 좀 더 낫다는 게 중론이다. 그리고 조성민은 kt 시절과는 달리 김시래, 김종규, 제임스 메이스 등 좋은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집중견제서 벗어났다. LG 손종오 사무국장도 "윈-윈 트레이드다. 조성민은 확실한 슈터"라고 했다.
변수가 있다. 몸 상태다. LG도 확신하지 못하는 부분. 조성민은 올 시즌 무릎 부상으로 단 13경기 출전에 그쳤다. 지난달 25일 LG전서 복귀했다. 하지만, 아직 정상적인 컨디션은 아니다. LG는 조성민의 게임체력을 끌어올리면서 경기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LG는 그동안 개성 강한 선수들의 융화가 썩 돋보이지는 않았다. 조성민 합류로 또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한 농구관계자는 "아직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은 것 같다. LG가 트레이드 효과를 보는데 은근히 시간이 걸릴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조성민은 조성민이다. 결국 LG로 기우는 트레이드"라고 단언했다. 분명한 건 조성민의 퍼포먼스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만 되면 LG는 시즌 막판 최대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대목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kt&김영환
kt 오경진 사무국장은 "미래를 내다본 트레이드"라고 했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김영환은 조성민보다 단 1살 젊다. 올 시즌 연봉도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김영환(5억원)이 조성민(4억5000만원)보다 5000만원 더 받는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해도 된다. kt는 전통적으로 높이가 아킬레스건이다. 포스트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 김영환은 195cm의 장신 포워드다. 수준급 포스트업 능력을 갖췄다. 2번으로 뛸 경우 김동욱(오리온)처럼 상대에 미스매치를 유발할 수 있다.
오경진 사무국장도 "영환이의 포스트업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라고 했다. 이 부분이 kt 공격 매커니즘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김영환은 건강하다. kt로선 최근 부상이 있었던 조성민의 몸 상태에 대한 리스크서 벗어났다.
▲kt 1R 신인지명권 2장
kt가 얻은 다음시즌 LG의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양하다. 다음 시즌 신인드래프트는 대어가 쏟아졌던 최근 2~3년에 비하면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상황서 LG의 1라운드 지명권으로 리빌딩 효과를 볼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오경진 사무국장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올해 신인드래프트에도 괜찮은 선수들이 나온다. 허훈, 안영준(이상 연세대), 김낙현(고려대), 하도현, 홍순규(이상 단국대) 등이 있다. kt에 필요한 선수가 많다"라고 했다.
국내선수 전력이 약한 kt는 전 포지션 보강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서 다음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을 두 차례 실시하는 건 분명 이득이라는 계산이다. 결국 이번 트레이드의 손익계산서는 다음 시즌에 확인할 수 있다.
▲LG발 순위다툼 지형도 변화 가능성
결론적으로 올 시즌에는 LG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조성민의 몸 상태가 변수지만, 국가대표 슈터 클래스가 어디로 도망가지는 않는다. LG는 공동 5위 모비스, 전자랜드에 2경기 뒤졌다. 5~6라운드를 통해 5~6위권 진입을 노린다. 하지만, 최하위 kt가 반등해도 6강 도약은 사실상 쉽지 않다.
결국 5~6위 다툼은 모비스, 전자랜드, LG의 3파전이란 시선이 우세하다. 특히 모비스와 LG는 전력 플러스 요소가 명확하다. (모비스는 이종현 합류 및 적응, 불안정한 찰스 로드 대신 건실한 에릭 와이즈를 영입했다)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상위권 팀(특히 KGC 삼성 오리온)들도 모비스와 LG를 버거워할 수 있다.
모비스와 LG가 플레이오프서 반전을 완성할 수도 있다. 모비스는 시즌 전부터 양동근과 이종현 합류로 시즌 막판 우승전력을 완성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조성민을 영입한 LG까지 이런 흐름에 가세하면 시즌 막판 중, 상위권 판도는 물론, 플레이오프 판도가 완전히 뒤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재정비에 실패,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할 경우 도리어 팀 전력이 흔들릴 위험성도 있다.
[조성민(위), 김영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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