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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왜 샐러리캡 70만달러인가.
KBL은 2018-2019시즌부터 외국선수 드래프트를 폐지, 자유계약으로 전환한다. 가승인 대란과 눈치싸움, 갑작스러운 계약 파기. 드래프트 제도가 만든 기현상이다. 농구 팬들은 혼란스럽다. KBL이라는 상품을 멀리하는 원인이다.
KBL과 WKBL 외에 세계에서 드래프트로 외국선수를 뽑는 프로농구리그는 거의 없다. 적어도 자유계약은 처음부터 구단과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접촉하고 선택할 수 있다. 드래프트의 맹점이 자유계약의 맹점보다 훨씬 더 크다.
자유계약도 계약 파기나 뒷돈 논란 등 시장이 혼탁해질 위험성은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자유계약과 드래프트의 장, 단점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건 무의미하다. 어느 제도든 완벽할 수는 없다. 각종 약점들은 세부적인 규정 수립을 통해, 그리고 강력한 페널티로 최소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KBL은 왜 외국선수 샐러리캡을 70만달러(2명 합계)로 정했을까. KBL 이성훈 사무총장은 "10개 구단이 한 시즌에 외국선수들에게 지출하는 평균 몸값이 약 50만달러(1라운드 월 3만달러, 2라운드와 대체선수 월 2만달러에 플레이오프 및 챔피언결정전 보너스까지)다. 70만달러까지는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결론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자유계약은 드래프트보다 외국선수 선발에 드는 금액이 많다. 드래프트처럼 한정된 자원에서 택하는 게 아니다. 훨씬 더 많은 구단들, 에이전트들과 동시에 경쟁해야 한다. 수요가 높아지면 선수 몸값이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
샐러리캡 합계 70만달러를 놓고 뒷거래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일종의 이면계약 혹은 합의를 통해 구단이 외국선수에게 더 많은 돈을 챙겨줄 수 있다는 것. 과거 자유계약 시절에도 이런 논란이 있었다. 이성훈 사무총장은 "상한선을 두지 말자는 의견도 있었다"라고 했다.
몇년 전 프로야구도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 외국선수 몸값 상한선에 뒷거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자 KBO는 2014년에 공식적으로 상한선을 없앴다. 여전히 일부 선수들의 실제 몸값에 대한 의혹이 있다. 하지만, 서서히 선수들의 몸값 적정선이 형성되고 있다.
자유계약의 진정한 의미를 살리려면 금액 상한선을 없애야 한다. 그래야 프런트와 지도자의 진정한 역량을 판단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프런트든 지도자든 조직에서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대접받아야 할 사람은 더 대접받을 수 있다. 자연스럽게 프런트와 지도자들이 경쟁과 벤치마킹을 통해 조직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다음시즌부터 이렇게 하자고 주장한 구단들도 있었다.
결론은 샐러리캡 70만달러다. 이성훈 사무총장은 "신장, 대체선수 등 세부적인 규정, 샐러리캡 위반시 페널티 문제 등은 시즌을 치르면서 논의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쉽게 말해서, 이상은 이상, 현실은 현실이다.
전통적으로 시즌 예산을 폭넓게 잡지 않는 몇몇 구단들도 드래프트제의 맹점에 공감, 자유계약 재도입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자유계약 도입이란 대전제를 확정한 뒤에는 몇몇 구단들이 몸값 상한선 폐지에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몸값 상한선 폐지가 가장 이상적인 건 사실이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반응이 있었다.
상한선 폐지에 반대하는 일부 구단들 논리에 몸값 상한선을 폐지하면 결국 외국선수에게 통 크게 투자하는 구단들만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투자를 많이 하기가 쉽지 않은 구단들도 성적에선 밀리기 싫은 게 속내다.
프로는 곧 투자다. 많은 돈을 투자해 좋은 성적을 내는 구단은 인정 받아야 한다. 투자에 인색한데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건 옳지 않다. 지금도 몇몇 구단들은 선수육성 등 정당한 투자 이전에 각종 규정의 허점을 노려 성적을 내려고 한다. KBL과 구단들이 근시안적 관점에서 그렇게 만들었고, 자신들의 꾀에 넘어간다. KBL 발전에 역행하는 움직임이다.
다만 상한선 70만달러에 대한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국내 경제사정을 감안해야 한다. KBL 구단들은 실질적 수익이 없다. 더구나 과거 자유계약 시절에 비하면 국내 체감 경기가 악화됐다. 이런 현실에 몸값 상한선을 폐지, 특급 외국선수들의 몸값이 치솟으면 결국 구단들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란 위기의식이 있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상한선이 없는 프로야구는 구단 한 시즌 예산이 300억이 넘어간다. 그러니 200만불 외국선수를 데려오는 것이다. 그러나 KBL 구단들의 한 시즌 예산은 7~80억원이다. 감독, 수뇌부들이 잘리기 싫은 마음에 욕심을 내서 점점 더 비싼 외국선수들을 영입하면 결국 어느 시점에는 모든 구단이 부담스러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단들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자유계약에 과거 자유계약 시절처럼 공격적인 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내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서 구단 예산을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 일부 구단은 모기업으로부터 적자 폭을 최소화하고 수익 모델을 창출하라는 지시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계약을 시행해도, 드래프트 시절보다 조금만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하면 투자 대비 효율성 높은 외국선수를 데려올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유럽, 미국 등 외국선수들 사정에 밝은 한 감독은 "유럽도 하부리그는 KBL 외국선수들 몸값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도 좋은 선수들이 있다. 자유계약을 해서 조금만 더 투자하면 좋은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과거 자유계약 시절 스펙 좋은 NBA 출신 베테랑은 대부분 실패했다. 기량도 기량이지만, KBL 적응과 국내선수들과의 조화에 실패했다. 연봉 상한선 속에서 효율적인 투자로 최적의 외국선수들을 뽑으면 드래프트제의 맹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자유계약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외국선수 몸값 상한선을 두는 것도 이해가 된다. 70만달러 상한선이 KBL 실정에 맞지 않으면, 몇 시즌을 치르고 조정하거나 아예 없애는 방법도 있다. 제도를 자주 바꾸는 건 KBL의 악습이다. 그러나 리그 발전을 위한, 건전한 의미의 제도 변화를 주저하는 건 곤란하다.
그렇다고 해도 70만달러 상한선을 어기는 구단들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매 시즌 당장의 성적에 올인, 금전으로 결단을 내는 구단들이 있었다. 더구나 KBL은 수사기관이 아니다. 뒷거래 소문이 있어도 진실을 밝히는 건 불가능하다. KBL이 내놓을 페널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한선을 어기는 구단은 결국 어길 것이다. 하지만, 몸값이 올라갈수록 나중에 부담스러운 건 결국 자신(구단)들"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이었던 2017-2018시즌 KBL 트라이아웃.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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