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1년 전, 2016년 SK 와이번스의 가을은 너무나 쓸쓸했다. 9월초 6연승을 거두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듯 했지만 이후 곧바로 9연패했다. 이제 'SK 왕조'는 옛날 이야기임을 알려주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그 후 감독과 단장 등 많은 것이 바뀌었다.
물음표만 가득했던 2017시즌. 지난 몇 년과 마찬가지로 롤러코스터 시즌을 치렀지만 이번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 SK의 2017시즌
출발은 악몽과 같았다. kt 위즈와의 개막 3연전에서 모두 패한 것을 비롯해 개막 이후 6연패했다. '올해도 역시나…'를 넘어 예년보다 더 안 좋은 성적이 우려됐다. 그럴만했다. 에이스 김광현이 자리를 비운 가운데 새 외국인 선수인 스캇 다이아몬드와 대니 워스마저 기대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SK 염경엽 단장은 개막 초반 KIA 타이거즈와 4:4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김민식, 이명기, 최정민, 노관현을 내주고 노수광, 이홍구, 이성우, 윤정우를 받아온 것. 트레이드 초기만 해도 KIA의 일방적 승리로 평가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SK의 '결정적 한 수'가 됐다.
SK는 개막 6연패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이후 착실히 승수를 쌓아갔다. 불펜과 수비라는 큰 단점이 있었지만 홈런과 선발이라는 '더욱 큰 장점'으로 단점을 상쇄했다. 홈런은 상하위 타순을 가리지 않고 터졌으며 김광현이 빠진 선발 마운드에는 박종훈과 문승원이라는 새 얼굴이 나타났다. 여기에 에이스 책임감을 짊어진 메릴 켈리는 예년보다 더욱 뛰어난 투구를 펼쳤다.
5월까지 5할 안팎 승률을 이어가던 SK는 이후 쾌속질주하며 전반기를 3위로 마감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후반기 들어 단점은 극대화, 장점은 줄어들며 팀 전체가 슬럼프에 빠졌다. 특히 8월초 순위 경쟁팀인 넥센에게 3연전 스윕패를 당하며 후반기 시작 한 달여만에 6위로 떨어졌다. 5위 넥센과의 승차도 4경기나 됐다.
9월초까지만 해도 5강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었지만 포기는 없었다. 6연승 뒤 9연패를 당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시즌 막판 힘을 냈고 두산, KIA 등 상위권팀과의 대결에서 웃으며 5강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여기에 LG, 넥센의 부진까지 겹치며 5강 티켓을 따냈다.
2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 그 때와 의미는 다르다. 2015년에는 우승 후보였다가 5위로 턱걸이 한 것이지만 올해는 시즌 전 중하위권 평가 속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며 보너스와 같은 가을잔치를 치를 수 있게 됐다.
▲ MVP : 최정
리그 MVP 후보를 어떻게 팀내 MVP로 꼽지 않을 수 있을까. 지난해 데뷔 첫 홈런왕(40개)에 오른 최정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돼서 돌아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복도 조금 있었으며 타석에서 단점도 보이는 타자였지만 이제는 '빈틈이 없는 타자'에 가까워졌다.
타율 .316 46홈런 113타점. '아름다운 숫자'의 향연이다. 특히 '홈런공장 공장장'의 홈런포는 시즌 내내 가동됐다. 잔부상으로 인해 14경기에 결장, 50홈런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홈런왕이 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숫자였다.
단순히 홈런만 많은 것이 아니었다. 홈런에 가렸지만 .427에 이른 출루율도 팀에게는 큰 보탬이 됐다. 최정의 시즌 타율은 17위이지만 출루율 순위는 4위다. 상대가 유인구를 던질 때에는 쉽사리 배트가 나가지 않았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볼넷으로 걸어 나가며 다음 타자에게 찬스를 이었다. '소년장사'는 그렇게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변해 있었다.
[SK 선수들(첫 번째 사진). 최정(두 번째 사진).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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