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변칙과 정석.
NC 김경문 감독이 독해졌다는 평가는 정규시즌 때부터 있었다. 선발투수가 흔들리면 가차없이 내리고 불펜으로 총력전을 펼쳤다. 야수진의 활용폭도 넓혔다. 김경문 감독 특유의 믿음의 야구가 아니었다.
NC가 정규시즌 막판 하락세를 타면서 김 감독의 독한 야구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서 꽃을 피웠다. 간판타자 박석민이 공수에서 부진하자 경기 초반에 빼고 노진혁을 내세웠던 점, 제프 맨쉽에게 과감히 퀵 후크를 단행했던 점 등이 대표적이다. 독한 승부수가 승인이었다.
김 감독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아예 시리즈 전체를 변칙적으로 치르기로 마음 먹은 듯하다. 일단 1차전 선발 장현식 카드부터 변칙이었다. 이번 포스트시즌 선발로테이션상 장현식의 차례이긴 했다. 그러나 제프 맨쉽의 선발 등판도 가능했다. 하지만, 장현식 특유의 빠른 볼로 정규시즌 후 실전감각이 저하된 두산 타자들의 약점을 파고들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장현식은 3⅔이닝 4실점했다. 썩 좋지 않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현식이가 그렇게 오래 던질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 정도로 버틴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았다는 뜻. 이 발언에는 또 다른 변칙이 숨어있었다.
'구원투수' 맨쉽이다. 김 감독은 "맨쉽을 선발투수 뒤에 붙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맨쉽은 이번 시리즈서 선발로 나서지 않는다"라고 했다. NC 선발진의 무게감은 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반면 불펜은 대등하다. 올 시즌 두산 불펜이 많이 좋아졌지만, NC도 불펜은 좋다. 불펜을 강화해 변칙 운용으로 승부를 내겠다는 의도.
타선에서도 간판 나성범을 2번에 배치한 게 변칙이다. 김 감독은 "정규시즌 막판 니퍼트를 공략했는데 성범이가 2번타자로 나선 경기였다"라고 했다. 실제 9월 12일 경기서 니퍼트를 상대로 2번 나성범 카드가 적중했다. 나성범은 플레이오프 1차전서 1안타 2득점으로 제 몫을 했다.
김경문 감독의 변칙은 조금이라도 승률을 높여보기 위한 승부수다. 밑바탕에는 정규시즌 2위 두산을 상대로 정석으로 맞붙으면 승산이 떨어진다는 냉정한 판단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일단 출발은 좋았다. 2차전 역시 김 감독의 변칙이 관전포인트다.
반면 김태형 감독은 별다른 변칙 없이 특유의 스타일대로 플레이오프를 운용할 방침이다. 각 파트별 주축 멤버들이 워낙 자신의 몫을 잘 한다. 두산의 전력을 감안할 때 단기전이라고 해도 정석대로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한국시리즈 2연패를 차지했다.
김 감독은 1차전 직전 "니퍼트 대신 장원준을 선발로 쓸까 생각한 적도 있다"라고 털어놨다. 니퍼트가 시즌 막판 좋지 않았다. 장원준은 올 시즌 내내 꾸준했다. 정규시즌 NC전 성적도 니퍼트보다 좋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니퍼트는 에이스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는데 등판날짜가 하루라도 밀리면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라고 말했다. 틀을 깨지 않고, 정석으로 승부한 것. 일단 1차전 결과는 좋지 않았다.
결과론이다. 정석이냐 변칙이냐에 정답은 없다. 다만, 지난 2년 연속 포스트시즌서 후배이자 제자 김태형 감독에게 패퇴한 김경문 감독이 제대로 칼을 간 건 분명하다. 이젠 1차전을 내준 김태형 감독의 반격이 관심사다. 플레이오프가 흥미롭게 돌아간다.
[김경문 감독과 김태형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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