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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또 많은 미움을 받기도 한 인물 '윤진아'. 이 세상 누구보다 윤진아에 대해 많이 고민한 배우 손예진이 그의 몇 가지 '의문스러운 선택'에 대해 이야기했다.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두 주인공의 요동치는 감정선 만큼이나, 극적인 시청자의 반응 변화를 겪은 작품이었다. 특히 손예진이 연기한 윤진아 캐릭터가 그랬다. 연애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윤진아는 보는 이를 절로 미소 짓게 하는 사랑스러운 인물이었지만, 연애에 위기가 찾아오자 미성숙한 면모가 부각되며 시청자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손예진은 그 이유를 '다름'에서 찾았다.
"진아라는 캐릭터가 어떤 사건을 마주하고 선택을 할 때 반복적인 실수를 해요. 보통 드라마 속 캐릭터는 그런 일을 겪으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아픈 만큼 성숙해지죠. 시청자 분들도 그걸 바라고요. 그런데 실제로는 그런 경우가 잘 없죠. 어쩌면 그게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성장을 매체에서 보고 싶어하는 것일지도 모르고요. 진아가 특별했던 것은 보통과는 다른 길을 가기 때문이었어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대본을 다 읽고 시작한 작품이었고, 저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진아는 시청자가 바라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에 매력이 있었고, 그 지점이 다른 인물이었어요. 진아 같은 캐릭터가 한국 드라마의 여성 캐릭터로 많지 않았기 때문에, 당황스럽고 보기 싫은 면이 있었을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전 그런 점이 좋았어요."
손예진은 일부 시청자가 가장 의아하게 생각했던 몇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각 장면에서 윤진아가 그런 선택을 내린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인물은 역시 배우인 손예진이었다.
"윤진아가 서준희(정해인)의 미국행 제안을 거절하면서 '내가 성장했다'고 말을 하는 부분은 실제로 인물이 성장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을 한 것은 아니에요. 윤진아는 아마 그 상황에서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에요. 하지만 가족, 직장, 친구가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을 갈 수는 없는 게 윤진아라는 인물인거죠. 저도 처음에는 대본을 보고 '왜 미국을 왜 따라가지 않냐?'고 물었는데, 직접 진아를 연기 하다보니 그게 사랑의 크기가 작아서가 아니라 상황이 그랬던 것 같아요. 이들의 사랑이 굳건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윤진아가 서준희에게 올인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윤진아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죠. 서경선(장소연)을 두고 떠나지 못하는 진아의 마음이기도 했고요."
대사로만 처리된 회사 내의 미투 공방의 결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미투 폭로 후 좌천이라는 불합리한 상황까지 겪은 윤진아는 3년 뒤 결국 공방에서의 승리와 함께 사표를 제출했다.
"실제로 미투 사건을 보면 오랫동안 법정 싸움을 하는데, 결국 대부분은 피해자들이 주저앉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진아는 3년 동안 주변에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그 싸움을 한 것이에요. 그 싸움이 끝난 뒤에 회사를 나간 것이죠. 3년 간 윤진아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껍데기로만 살았을 것이에요. (사표를 내고) 제주로 내려간 것은 모든 것을 끝낸 뒤, 새로운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내려갔을 것이라 생각해요. 3년간의 상실감이 컸을 테니까. 영영 내려간 것은 아니고 시간이 지난 뒤 훨씬 단단해진 진아로 돌아오겠죠."
서준희와 이별 후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윤진아에게 생긴 새 남자친구에 대해서도 말했다. 이는 윤진아가 시청자로부터 가장 큰 '미움'을 받은 장면이기도 했다.
"새 남친이 생긴 부분은 시청자 분들도 허탈할 수밖에 없죠.(웃음) 아마 그 3년이라는 시간이 윤진아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아니었을 거예요. 너무 큰 사랑 후에 과연 어떤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무늬로 누군가를 만났던 것 같아요. 힘든 일 이후에 사람이 자기 살을 깎아먹으며 사는 시기가 있는데, 그 시기 진아는 모든 것의 의미를 잃어버렸을 것 같아요. 그래서 누구나 하듯 새로운 남자를 만났는데 그건 껍데기일 뿐인 거죠. 그러니 진아는 행복하지 않았던 것이고요."
[사진 =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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