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한화의 돌풍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과연 돌풍의 근원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우선 투수력의 안정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불펜진은 리그 최상급이다. 투수진이 안정을 찾으려면 수비의 뒷받침은 필수적이다. 수비가 불안하면 투구를 하는 투수도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한화는 '나는 행복합니다'란 응원가에서 비롯된 '행복 수비'란 놀림을 받아야 했다. 고질적인 수비 불안은 한화를 만년 하위권을 맴돌게 한 주범이었다.
그런데 올해 한화 수비가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적어도 '행복 수비'란 꼬리표는 떨어진 것 같다.
지난 해부터 한화의 수비를 조련하고 있는 채종국 수비코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야수들에게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기본'과 '디테일'이 바로 그것이다.
채종국 코치는 야수들에게 "파인플레이는 잠깐 환호를 받을 뿐이다.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실수를 하자"고 말했다. 우선 기본에 충실하자는 의미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쉬운 타구를 처리하지 못하는 실수가 많았다. 그래서 기본을 이야기했다"는 채종국 코치의 말을 들으면 납득할 수 있다.
스프링캠프부터 변화를 모색했다. 우선 수비 훈련 시간을 대폭 줄였다. 팀플레이 수비 훈련도 절대 한 시간 이상을 넘긴 적이 없었다. 무턱대고 시간만 줄인 것은 아니었다. 채종국 코치의 설명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지, 그 집중력에 초점을 맞췄다. 훈련이 지루하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스프링캠프엔 18살 아기 독수리도 포함돼 있었는데 바로 정은원이었다. 주로 2루수를 맡고 있는 정은원은 신인답지 않은 수비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정은원이 스프링캠프 명단에 승선한 것은 채종국 코치의 추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비록 18살의 어린 선수였지만 새롭게 한화의 사령탑을 맡은 한용덕 감독은 채종국 코치의 추천을 신뢰했다. 채종국 코치는 "감독님께서 흔쾌히 승낙하셨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만큼 정은원의 발전 가능성을 주목한 것이다. 채종국 코치는 "기본적인 틀은 갖춰져 있었다. 다만 어린 선수들은 골격이 잡혀있지 않아 하체의 틀을 잡는데 주력했고 정확한 포구를 하기 위한 연습에 집중했다"라고 밝혔다.
물론 한화엔 팀을 대표하는 베테랑 2루수 정근우가 있다. 지금은 치골근 손상으로 빠져있지만 공격력을 생각하면 라인업에 필요한 존재다. 시즌 초엔 수비가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고생을 했다. 채종국 코치는 "본인이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라면서 "베테랑 선수들의 경우엔 뭔가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훈련량을 줄여서 선수 스스로 극복하도록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유격수 하주석이 최근 수비에서 흔들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채종국 코치는 "하주석이 수비의 키를 쥐고 있다"고 말한다. 실책을 연발해도 다그치는 법이 없었다. 이는 한용덕 감독의 영향도 있다. "감독님이 실수한 당일엔 절대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고 하셨다. 실수했다고 다그치고 인상쓰는 것을 감독님이 싫어하신다"는 채종국 코치는 하주석에게도 질책보다는 주로 기본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편이다.
외야로 시선을 돌리면 제라드 호잉의 가세로 한층 탄탄해진 것이 사실이다. 채종국 코치가 말하는 '호잉 효과'는 "호잉이 수비 범위가 넓어서 우중간도 커버를 해준다. 그러면서 이용규가 좌중간을 커버할 수 있게 됐다. 작년엔 이용규가 여러군데를 신경써야 했다"는 것. 지금은 옆구리 부상으로 빠져있는 양성우가 좌익수 자리로 돌아오면 한화의 외야 수비는 완전체를 이룰 수 있다. "양성우가 몸은 통통하지만 수비를 못 하는 친구가 아니다. 수비 능력이 있는 선수"라는 게 채종국 코치의 평가다.
앞으로 한화 수비가 진짜 행복해지는 수비를 이어가려면 체력적인 뒷받침은 필수라 할 수 있다. 지금도 채종국 코치는 선수 1명당 펑고 15개 이상 쳐주지 않는다. 체력이 떨어지는 주말에는 훈련 선택권을 주기도 한다. "경기에 나서는 집중력이 먼저"라는 게 그 이유다.
팀내 수비력을 "전체적으로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한 채종국 코치는 본격적인 여름 레이스를 두고 "어린 선수들이 잘 버텨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직 한화의 수비력을 리그 최정상급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 한화의 수비는 좋은 방향으로 달라지고 있다. 코치의 방향 제시와 이를 따르는 선수들의 조화로 언젠가 '작품'을 완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은원(오른쪽)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한화 선수들.(첫 번째 사진) 채종국 한화 수비코치.(두 번째 사진) 사진 = 마이데일리 DB, 한화 이글스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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