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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우아함의 대명사, 김희애가 전에 없던 얼굴로 관객들과 만난다. 영화 '허스토리'에서 문정숙 역할을 맡아 의미 있는 도전을 펼쳤다. 실존 인물인 '관부 재판'의 원고단 단장 문정숙으로 변신한 것. 일본 정부를 상대로 6년 동안 피나는 법정 투쟁을 벌인 10인의 할머니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운 인물이다. 그 결과 일부 승소를 기록했다.
"소재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출연을 결심했어요. 할머님들과 문정숙 단장님의 고군분투가 너무나 감동적이기에 그 어떤 고민을 할 여지가 없었죠. 저 역시 '허스토리'를 찍으면서 관부 재판에 대해 알게 됐어요. 그래서 연기하면서 더욱 조심스러워졌고 그저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희애는 "만약 개인적인 커리어를 위한 작품 중 하나였다면 이쯤에서 만족하고 포기했을 부분도 끝까지 매달렸다. 이런 일을 실제로 겪으셨을 거라는 상황에 이입돼 매사 진심을 갖고 연기했다"라고 진정성을 강조했다.
값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조명한 만큼, 그의 마음가짐이 여느 때와 다를 수밖에. '허스토리'는 김희애에게도 작품 그 이상의 의미를 안겼다.
"우리의 어머님들의 아픔을 먼 나라 이야기로만 봤던 게 부끄러웠어요. 저도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정도의 겉핥기식으로만 알고 있었고 감내하기 힘든 고통이라서 피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우리 영화를 보면서 모르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란 걸 새삼 느꼈어요."
이에 온 열의를 쏟아부었다. 숏커트 헤어스타일에 체중 증량까지 파격적인 비주얼 변신은 문제도 아니었다.
특히 "내 작품을 보는 걸 어려워하는 편이다. 손발이 오그라든다"라는 김희애. 그런 그가 완벽한 일본어, 부산 사투리 연기를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또 들었다. 그는 "정말 못 듣겠더라"라며 난색을 표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투리 연기를 비디오로도 찍어보고 녹음하고 몇 번이나 다시 들었나 몰라요. 그런데 제 성량이 너무 약하더라고요. 그래서 사투리 선생님에게 부탁해 그분의 가족들과도 대화했죠. 다양한 포지션의 분들의 버전으로 전화통화를 자주 하면서 제 것으로 만들려 했어요. 해외에 나가 있을 때도 계속 통화로 연습하고요. 부산 촬영 땐 일부러 국제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사투리로 대화를 걸었어요. 어색하지 않게 받아주셔서 뿌듯하더라고요. 사투리만 들리면 달려가서 써보고, 그 정도로 절실했어요."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김희애는 "외적인 변화도 그렇고 배우로서 특별한 경험을 했다"라며 웃어 보였다.
특히 그는 "여배우는 보통 주어지는 역할이 한정되지 않은가. 난 운이 좋게도 능동적인, 색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힘들었지만 기회가 왔을 때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에 파이팅했다. 힘든 걸 해야 더욱 보람도 생긴다"라고 전했다.
"'허스토리'가 여배우들 영화라고 의의를 두시는데, 저는 그보다도 한 인간으로서 다가왔어요. 연약한 약자가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이 무척 매력적으로 마음에 와닿았죠. 정말 멋있지 않나요? 할머님들과 단장님의 활약상을 보면 통쾌함을 느끼실 것 같아요. 제가 그랬듯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작은 변화를 맞게 되는, 계기를 주는 작품이 될 거에요."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NEW]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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