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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케이블채널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8%대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침체기를 보인 tvN 드라마에 새 바람을 불어다주고 있어 더욱 주목됩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속 로코 장인 박서준, 박민영과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강기영의 역대 드라마 활약을 마이데일리 신소원·명희숙·이예은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영준이 이 녀석…" 텍스트로 옮겨도 손발이 모아지는 이 대사를 맛깔나게 칠 줄 아는 남자가 얼마나 될까. 배우 박서준은 기어코 그 어려운 걸 해낸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박서준이 연기하는 유명그룹 부회장 이영준은 자기 자신을 너무나 사랑해서, 다른 사람은 사랑해본 적이 없는 나르시시스트다.
어딘가를 보고 극도로 화들짝 놀라기에 시청자도 함께 놀랐는데, 알고 보니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이 그 대상이다. 갑자기 피식 웃어, 왜일지 바라보면 자신의 똑똑함에 감탄해 스스로에게 빠진다. 어처구니가 없는 걸 넘어 얄미울 수도 있는 이 남자가 한 여자에게 빠졌다. 자아도취 탓에 9년 만에 자각한 사랑이란 감정이다.
그 순간부터 이영준은 김비서 김미소(박민영)를 "흔들기 위해" 뒤도 보지 않고 직진한다. 연애 고백을 하기도 전부터 결혼 이야기부터 불쑥 꺼내는 그런 멋없는 남자다. 그러나 자신이 지닌 명예, 블록버스터급 재력, 잘난 비주얼부터 어울리지도 않는 샌드위치 도시락을 건네 흐뭇하게 만들었다. 단 한번도 해보지 않은 '사과'라는 것도 경험하며 결국 김미소를 무너뜨리는 데에 성공, 쌍방 사랑의 물꼬를 텄다.
이영준은 박서준의 능청스러운 손짓과 몸짓, 표정으로 발현돼 시청자들을 연일 설레게 한다. 어디에 있어도 눈에 띄는 큰 키도 한 몫 한다. 오로지 비현실적인 설정만이 가득한데도, 박서준과 같은 '직진남'을 꿈꿀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렇게 박서준은 '로코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철옹성으로 감싸려는 듯 30대 남자 배우로서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대폭 상승시켰다.
고등학생 때부터 연기만을 꿈꾸던 청년 박서준은 2007년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에 진학한 뒤 기회만 기다렸다. 군대도 21살에 미리 다녀왔다. 이는 일반적인 코스를 밟은 것뿐인데, 또 하나의 경쟁력으로 돌아왔다. 2012년 KBS 2TV 하이틴 드라마 '드림하이2'를 통해 본격적으로 브라운관에 데뷔한 그는 시트콤 '패밀리'까지 당시 정석 미남보다는 훈훈한 외모로 눈길을 끌었다. 지금과 같은 '여심 저격수', '설렘 장인' 등의 타이틀은 어울리지 않았던 때다. 다만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력과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능청은 행보를 기대하게 했다.
바로 1년 뒤, MBC 주말드라마 '금나와라 뚝딱'에서는 부잣집 철부지 아들로 현태로 분하며 여러 스토리라인의 한 갈래를 담당했다. 워낙 막무가내라 지질하기까지 했던 캐릭터가 백진희가 맡은 정몽현을 만나 변하는 모습은 젊은 층의 시청자는 물론, 안방의 어머니들까지 사로잡았다. '청춘스타'에 머물러 있던 자신의 포지션을 한층 더 확장시킨 순간이다. SBS '따뜻한 말 한마디'도 유사한 일례다.
그리고 2014년 tvN '마녀의 연애' 윤동하 역으로 '로코 남신'의 서막을 열었다. 14살 연상의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던 엄정화에 뒤지지 않는 단단한 연기는 물론, 넓은 어깨에 숨겨진 연하남의 귀여움까지 장착해 누나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MBC '킬미, 힐미'에서 장난스럽지만 황정음(오리진 역)에 진심을 다하는 오리온 역을 거쳐 '그녀는 예뻤다'의 지성준 부편집장으로 로맨스 세포를 부활시켰다. 누구보다 까탈스러운 사람이지만 오롯이 첫사랑만을 가슴에 품고 있는 순애보적인 남자였다. 극 초반 과하게 냉정한 모습에 시청자들까지 지성준에 고개를 내저었지만 다시 사랑에 빠진 다정한 모습은 그들을 단숨에 돌아오게 만들었다. 그 해 박서준은 2015년 MBC 연기대상에서 10대 스타상, 베스트 커플상, 우수연기상, 네티즌 인기상까지 4관왕에 올랐다.
지난해 KBS 2TV에서 방영된 '쌈, 마이웨이'는 앞서 '그녀는 예뻤다'와는 또 다른 '고동만 앓이'를 탄생시켰다. '똑땅해'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었다. 오랜 친구에게 사랑을 느낀 탓에 무심하고 외면하는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긴 추억의 시간은 애틋함을 만들어냈고 잘 알고 있기에 투닥거릴 수 있는 싸움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박서준은 친구 같이 약빠른 평범함을 연기하다가도 불쑥 남자처럼 틈을 파고들어와 '현실 남사친'-'현실 남친' 코스의 정석을 선보였다.
틈틈이 스크린에서도 활약했다. '악의 연대기', '뷰티인사이드', '청년경찰' 등 브라운관에서 보다 더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고 연기 내공을 쌓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특히 '청년경찰'은 배욱 강하늘과 투톱 청춘물임에도 불구, 56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티켓 파워까지 입증했다. 박서준의 연기사가 물 흐르듯 펼쳐진 탓에 혹자는 '다른 얼굴의 박서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박서준은 분명히 변화했다. 타고난 끼가 그를 정체시키지 않았고 시나브로 쌓인 내공이 원숙함을 만들어냈다. 서른 한 살의 박서준은 그렇게 스스로 샴페인을 터뜨렸다.
[사진 = tvN, MBC, KBS,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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