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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름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DB 이상범 감독은 2017-2018시즌 KBL에 복귀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였다. 로스터에 포함된 모든 선수의 이름값을 철저히 배제했다. 제로베이스에서 재평가한 뒤 최대한 고르게 기회를 줬다. 선수의 장점을 살리고, 체력과 매치업을 고려, 장기레이스 운용에 효율적인 로테이션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이상범 감독도 선수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실수가 있어도 기회를 준다고 약속한 선수를 절대로 임의로 빼지 않았다. 이 감독은 "권위의식을 버린 것이었다. 내가 권위의식을 버린다고 해서 선수들이 날 감독으로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위의식을 버린 건, 다른 말로 '이상범'이란 이름 석자를 지운 것이었다.
김주성이 은퇴하고 약 8개월이 흘렀다. 4개월간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돌며 미국농구를 흡수했다. 지난 25일 원주에서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을 했다. 김주성은 2주 내로 미국에 돌아간다. 그는 "지도자가 목표다. 미국에서 많이 배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김주성에게 "이름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코치로 시작하면 김주성이라는 이름 석자를 지우고, 선수들에게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 기본적으로 이 감독은 "주성이가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고,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였다는 건 안다"라고 했다.
그러나 고참 혹은 선배와 코치는 천지차이다. 이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맹신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옛날에 했던 것 중에서 좋은 것도 많다. 그러나 좋지 않은 것들도 있다. 자신이 이렇게 경험했다고 해서 선수들에게 무조건 그렇게 하라고 하는 게 가장 좋지 않다"라고 말했다.
슬럼프에 빠진 선수를 대하는 방법을 예로 들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슬럼프에 빠질 때 코치가 '왜 그걸 이겨내지 못하느냐'라고 말하면 안 된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판단하면 그 선수는 나약한 선수가 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선수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
김주성은 이 감독의 행간을 읽었다. 그는 "제가 언제 이름이 있었나요"라면서 "선수 시절에도 기록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운동을 하면서 후배들에게 했던 얘기가 '너희도 목소리를 내서 알고 있는걸 선배들에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하고 호통도 칠 수 있어야 한다'였다"라고 돌아봤다.
실제 김주성이 까마득한 후배 서민수에게 3점슛 폼을 지적 받고 교정을 한 사연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광재도 "주성이 형은 예전에 같이 뛸 때도 '광재야 내 슛 폼 어떻느냐?"라고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라고 털어놨다. 선, 후배, 지위를 떠나 수평적인 관계, 오픈 마인드다.
김주성은 앞으로 미국에서 많이 공부하고 돌아올 예정이다. 확실히 얘기하지 않았지만, 궁극적 목표는 KBL 구단에서 코치, 감독을 하는 것이다. 아직 정식 코치수업을 받지 않았고, 캘리포니아주 대학 농구부를 돌며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이 감독의 뼈 있는 조언과 김주성의 준비된 자세, 마인드가 돋보인다. 김주성은 "앞으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다양한 연습과정을 거쳐야 한다. 코치 생활을 길게 했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라고 말했다.
[김주성 은퇴식 장면.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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