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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이후광 기자]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오승환과 같은 팀이 된 것도 신기한데 대선배의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를 돕기까지 했다. ‘아기사자’ 김지찬에게 6월 16일은 벅찬 하루였다.
전날 잠실 두산전에서 마침내 오승환의 대기록이 나왔다. 지난 9일 징계에서 돌아온 오승환은 복귀 4경기 만에 클로저로 나서 1이닝 1탈삼진 2볼넷 무실점으로 한국-미국-일본 통산 400세이브를 완성했다. 오승환이 세이브를 기록한 건 2013년 9월 24일 인천 SK전 이후 무려 2457일만의 일. KBO리그 278세이브와 더불어 일본 80세이브, 메이저리그 42세이브로 400세이브 위업을 달성했다.
이날 처음부터 오승환의 마무리 복귀가 결정된 건 아니었다. 경기에 앞서 만난 허삼영 감독은 “오승환의 장점이 다시 나온다면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조만간 결정한다는 말에 따라 두산전 역시 8회부터 3점 이내의 리드가 만들어지면 셋업맨 오승환-마무리 우규민 등판이 예상됐다.
경기 상황은 극적이었다. 삼성은 5회까지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의 제구가 되는 강속구에 고전하며 0-3으로 끌려갔다. 그러나 6회 김상수가 2루타, 타일러 살라디노가 사구로 만든 2사 1, 3루서 이학주가 추격의 적시타를 날렸고, 이성규의 볼넷으로 계속된 2사 만루서 대타 김지찬이 2타점 동점 적시타로 믿음에 부응했다. 이후 8회 1사 1, 3루서 이성규가 희생플라이로 경기를 뒤집었다.
4-3으로 앞선 8회말 오승환이 아닌 우규민이 마운드에 올라 1이닝 2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9회말 오승환이 삼성의 마무리로 복귀해 경기를 끝냈다. 허 감독은 “경기 전 오승환이 좋아졌다는 보고를 들었다. 코치들 의견에 따라 순서를 바꿨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허 감독이 뽑은 또 다른 수훈선수는 아기사자 김지찬이었다. 팀 승리이자 오승환의 400세이브를 뒷받침한 귀중한 대타 동점타를 때려냈다. 허 감독은 “김지찬 대타 카드는 확률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우리 팀에서 가장 짧은 스윙을 하는 타자다. 만루 상황이라 상대가 변화구 승부는 안 할 것으로 보고 직구 컨택 능력이 좋은 지찬이를 택했다”고 말했다.
경기 후 만난 김지찬의 소감도 남달랐다. 그는 “대타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만루 상황에서 내 이름이 불렸다. 후회 없이 하고 오자고 생각했고, 알칸타라의 공을 쳤을 때 혹시 잡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외야로 향했다. 팀에 도움이 돼 좋았다”고 흐뭇해했다.
오승환의 400세이브를 뒷받침한 적시타라는 말에는 더욱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오승환 선배의 400세이브 달성에 도움이 되다니 상상도 못한 일이다. 정말 좋다”며 “선배가 공을 던지는 걸 실제로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뿌듯한 마음을 한껏 드러냈다.
[사진 = 잠실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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