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국대 투수 한 명 나왔습니다."(KT 이강철 감독), "1선발이라고 봐도 손색 없다."(두산 김태형 감독)
전쟁과도 같은 포스트시즌. 그라운드에서 만나는 두 팀의 신경전과 분석 및 대응이 극에 달한다. 같은 장면에서 도출되는 결과는 두 팀 입장에서 정반대. 당연히 사령탑의 반응은 엇갈린다. 철저히 승자 독식의 무대다.
그런데 9일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끝난 서울 고척스카이돔 인터뷰실에서 김태형 감독과 이강철 감독이 그 어렵다는 '대동단결'을 했다. 정황상 김 감독의 '립 서비스'로 보이지 않았다.
실전의 퍼포먼스가 그만큼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KT 고졸신인 소형준. 왜 신인왕 1순위인지 확실하게 입증했다. 두산 타선을 6⅔이닝 동안 3피안타 4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4회 2사 후 김재환에게 투심을 던지다 좌중간 2루타를 맞을 때까지 노 히트였다.
이미 정규시즌서 특급신인임을 입증하긴 했다. 26경기서 13승6패 평균자책점 3.86. 그러나 포스트시즌은 또 다르다. 분위기 자체가 그렇다. 더구나 팀과 자신 모두 포스트시즌 데뷔전. 단기전서 가장 중요한 1차전이었다.
그러나 소형준은 마치 편안하게 자기가 할 일을 했다. 정규시즌 막판 봤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140km 중반의 투심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컷패스트볼 등 거의 모든 구종의 완성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다. 더구나 시즌 중반 이후 커터를 다듬으면서 타자들을 압도했다. 베테랑 투수들도 시즌을 치르면서 구종을 장착하거나 업그레이드 하는 건 쉽지 않다. 그만큼 소형준의 손의 감각, 재능이 탁월하다는 의미다.
KT는 1차전서 윌리엄 쿠에바스 불펜 카드가 실패로 돌아갔다. 불펜이 전체적으로 흔들리면서 2-3으로 졌다. 그러나 소형준이라는 슈퍼루키가 큰 경기에도 통한다는 걸 알았다. KT의 향후 10년을, 나아가 한국야구를 지탱할 수 있는 동력을 확인했다.
이 감독이 "국대투수 한 명 나왔다.", "내 선수 시절보다 더 잘 던졌다"라고 한 배경이다. 김 감독조차 "왜 1차전 선발이 외국인투수가 아니라 소형준이었는지 알 것 같다. 1선발이라고 봐도 손색 없다"라고 했다.
특히 이 감독이 KT를 넘어 한국야구를 논한 게 흥미롭다. 즉, 2020년 11월9일이 한국야구의 작은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최근 2~3년을 통해 10개 구단의 토종 선발진 연령이 많이 젊어졌다. 다만, 안정감이나 꾸준함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투수는 많지 않았다.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 출전했던 젊은 투수 다수가 최근 주춤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소형준 역시 앞으로 2~3년을 통해 검증 받아야 한다. 이제 프로 첫 시즌일 뿐이다.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그러나 특급투수 출신 이 감독의 시선과 직감에 소형준의 그릇이 남다르다는 확신이 있는 건 분명하다. 이 감독은 시즌 내내 소형준을 두고 "내가 더 해줄 말이 없다"라고 했다.
소형준이 이 감독 말대로 정말 국가대표팀을 이끌 특급투수가 될 수 있을까. 한국야구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이후 꾸준히 국가대표 1~2선발로 활약할 정도의 임팩트를 보여준 투수가 없었다. 당장 내년에는 도쿄올림픽이 예정됐다.
소형준을 냉정한 시선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 그래도 '류-김-양'을 이을 강력한 후보인 건 분명해 보인다. 플레이오프 1차전의 승자는 두산이었다. 어쩌면 숨은 승자는 한국야구 전체다.
[소형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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