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김종국 기자]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에서 지옥과 천당을 오간 신예 박대원은 승리가 확정되자 눈물을 쏟아냈다.
민상기의 경고 누적 결장으로 지난 7일 열린 요코하마 F마리노스(일본)와의 2020 AFC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갑작스레 선발로 나선 박대원은 전반 내내 고전하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후반들어 안정감을 되찾고 승리를 지켜낸 후 눈물을 흘린 그는 “‘다행이다’라는 마음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만일 우리가 졌다면 나 때문이었을 테니까”라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를 마친 후 양상민은 자신의 SNS를 통해 ‘모든 골은 형 책임이야. 너는 앞만 보고 달려라. 고생했어’라고 다독였고 박대원은 “저한테는 양상민팀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박대원은 “이번 경기를 통해 자신감이라는 선물을 얻었고, 더 준비해야 한다는 숙제도 함께 받았다”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원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대원과의 일문일답.
- 갑작스럽게 선발 투입되며 당황했을 텐데.
“대회 오기 전까지는 교체멤버로 준비를 잘하자는 마음이었다. 조별리그 3경기 때 한 경기도 뛰지 못해 기회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요코하마 전을 앞둔 이틀 전 저녁 식사 때 갑자기 (민)상기 형이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코칭스태프로부터 ‘준비하라’는 얘기를 들었고 경기 전날 감독님이 직접 선발 출전 얘기를 해주셨다. 당황스러웠지만 준비를 잘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
-경기를 마친 후 눈물을 쏟았다. 데뷔전을 치러본 느낌은 어땠나.
“막상 경기에 나서보니 자신감만 가지고는 안되더라. 경기 템포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고 전반전 내내 애를 먹었다. 첫 실점이 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으니까 전반 내내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팀에 미안했고 전반전 끝나고 라커룸으로 들어올 때는 죽을 것만 같았다. 형들이 긴장을 풀어주고 격려를 많이 해주면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다행히 후반 들어 적응하면서 수월했던 것 같다. 경기를 끝내고 나니 안도감이 몰려왔던 것 같다. 이겨서 기쁜 마음도 있었지만 ‘다행이다’라는 마음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만일 우리가 졌다면 나 때문이었을 테니까.”
-양상민 선수에게 감사를 표했던데.
“형도 자신의 포지션이 아닌 중앙수비를 맡으면서도 나까지 챙기려니 무척 힘들었을 거다. 경기 전부터 많은 조언과 도움을 많이 받았고 경기를 뛰는 내내 감사한 마음이었다. 경기 마치고는 내 인스타그램에 격려를 해주셔서 ‘저에게는 양상민팀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동안 형들이 ‘염기훈 팀’ ‘김민우 팀’ 얘기는 농담처럼 했어도 ‘양상민 팀’이라는 얘기는 한 번도 없었으니까 내가 한 번 얘기하고 싶었다. 그만큼 감사했다.”
-짜릿한 데뷔전에서 본인이 얻은 소득이라면.
“다음 경기에 나서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얻어가는 것 같다. 또한 숙제도 함께 받았다. 형들을 보면서 ‘노력없이 되는 게 없다’는 걸 실감했고 ‘준비가 더 필요하구나’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 이번에 느낀 점을 되새긴다면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수원은 매 경기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있다. 원 팀이 돼가고 있다고 느끼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있다. 누가 뭐라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하나의 팀이 돼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것이 진짜 원 팀이구나’ 라는 걸 놀랍게 실감하고 있다. 나도 언젠가 경험이 쌓이면 (양)상민이 형이나 (김)민우 형처럼 하나의 팀으로 묶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만 해봐도 설레기도 하고 책임감을 느낀다. 물론 걱정도 든다. 미숙하지만 팬들이 믿어준다면 나도 언젠가 원 팀을 이끄는 멋진 선배가 되고 싶다.”
[사진 = 수원삼성블루윙즈 제공]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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