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단장, 현지 기자, '절친' 마야 등 이구동성으로 쌍둥이 한국 출국설 부인
[마이데일리 = 그리스 유주 정 통신원] "그들은 여전히 한국에 있다(They are still in Korea)."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그리스 테살로니키 PAOK 여자배구단 사무실. 어렵게 마주 앉은 조지 포가치오티스 PAOK 단장에게 이다영-재영 자매의 거취에 대한 첫 질문을 하려는 찰나 돌아온 답변이었다.
한국에선 이미 지난 15일 오전 자매가 그리스로 출국했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이었다.
이날 인터뷰는 포가치오티스 단장의 그리스어 답변을 PAOK 직원이 마이데일리 취재진에게 영어로 통역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혹시 통역이 잘못 전달된 게 아닌지 재차 물었다. 통역 담당 직원은 "쌍둥이는 이곳에 없다. 비자 없인 올 수 없다(The twins are not here. They can’t come without the visa)"고 감독의 말을 다시 전해 왔다.
▲PAOK 단장, 어렵게 입 연 배경은
마이데일리는 여러 경로를 통해 포가치오티스 단장의 휴대전화 번호를 입수했다.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나중에 이야기하겠다"는 한 줄짜리 문자 외엔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그리스에 도착해 그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 "테살로니키에 와버렸다. 자꾸 귀찮게 해서 미안하지만 1분만 시간을 내 달라"고 썼다. 답변은 없었다.
PAOK 구장 앞에서 꼬박 이틀을 기다린 끝에 포가치오티스 단장을 만났다.
그는 "쌍둥이의 영입 사실을 일부러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면서 두 선수가 비자 문제로 여전히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고 밝혔다.
계약서에 서명은 했지만, 그리스 땅을 밟지 못해 구단엔 아직 합류하지 못했다는 게 포가치오티스 단장의 설명이다. 그가 인터뷰 요청에 쉽게 응할 수 없었던 배경엔 이 같은 상황이 자리잡고 있었다.
▲'쌍둥이 그리스 입국' 보도는 한국서만 등장
이다영-재영 자매가 그리스에 입국했다는 보도는 한국에서만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이데일리는 지난 6월 두 선수의 PAOK 입단 가능성을 처음 보도한 그리스 스포츠 전문 매체 포스톤 스포츠(Foston Sports) 스테파노스 레모니디스 기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쌍둥이의 그리스 입국 여부와 관련해 아는 바가 있느냐"고 묻자 그는 "그들은 한국에 있다(They are in Korea)"고 일축했다.
레모니디스는 "타키스 플로로스 PAOK 감독과 쌍둥이의 에이전시인 칸 애슬래틱스(Caan Athletics) 매니저를 통해 확인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두 선수가 여전히 한국에 있다는 추측은 이다영의 '절친'이자 '또 다른 언니'로 불리는 마야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층 더 확실해졌다.
스페인 국가대표 출신으로 본명은 밀라그로스 콜라(Milagros Collar)지만 한국에선 마야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선수다. 마야는 이달 중순 PAOK에 합류했다.
그는 2018~2019년까지 현대건설 배구단에서 활약했다. 당시 세터였던 이다영과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마야는 여전히 이다영과 종종 연락을 주고 받는다고 했다.
마야는 지난 24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쌍둥이가 아직 그리스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영에게 '한국에서 비행기를 탈 때 김치와 진미채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쌍둥이가 한국에서 비행기에 오르지도 않았음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파노스 초로조글루 PAOK 홍보팀장은 구단 사무실을 찾은 마이데일리 취재진을 처음 마주쳤을 때 "당신이 그 한국인 선수냐"고 묻기도 했다.
그는 지난 25일(한국시간 26일 오전) 취재진과의 문자 대화에서 "당시 쌍둥이를 기다리던 상황이었다"면서 "한국인이 찾아 왔기에 당연히 두 선수 중 한 명일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두 선수는 PAOK 소속 선수로 뛰는 데 필요한 비자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은 그리스에 90일간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리스에 살며 운동선수로 활동하려면 그리스 이민법 조항 A.2.7(Athletes and coaches of sports recognised by the Greek sports authorities)에 따라 적법한 운동 비자를 받아야 한다.
이 비자를 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는 유효한 여권과 구단의 승인 문서, 신체검사 결과지, 범죄경력 조회서, 건강보험 증명서, 은행 잔고 증명서 등이다. 여기에 상황에 따라 영사관이 자체적으로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 있는데, 이다영-재영 자매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게 바로 이 부분이다.
한국 주재 그리스 영사관은 두 선수에게 '한국을 떠나 그리스에서 뛰는 데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대한민국배구협회 증명서를 받아 오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영사관이 요구하는 추가 서류는 비자 발급을 위한 법적 필수 서류가 아닌 만큼 두 선수의 비자 문제가 배협의 승인 없이 쉽게 해결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PAOK 단장 사무실과 이다영의 동료 마야.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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