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런 말도 변명 밖에 안 된다."
키움 히어로즈가 홈으로 쓰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은 KBO리그 10개 구단의 1군 홈 구장 중 유일한 인조잔디구장이다. 인조잔디구장의 내야 땅볼 속도가 아무래도 천연잔디구장보다 빠르다. 불규칙바운드는 적어도 내야 수비가 까다로운 구장이라는 평가다.
외야 수비도 경험이 부족한 선수라면 만만치 않다. 뜬공을 처리하기 위해 고개를 들면 흰색 천장과 흰색 야구공이 순간적으로 겹쳐 보일 수 있다. 새 외국인타자이자 외야 수비가 능숙하지 않은 윌 크레익이 5일 SSG전서 이재원의 우중간 타구를 놓친 이유였다.
그래서일까. 키움은 올 시즌 89개의 실책으로 리그 최다 1위다. 2020시즌(112개)에 이어 2년 연속 최다 실책 1위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 2년간 실책이 경기흐름을 어렵게 하거나 패배로 몰아간 사례가 적지 않았다. 5강 다툼서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실책을 줄여야 한다.
그렇다면 이 팀에서 오랫동안 수비코치를 역임한 홍원기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한 마디로 인조잔디와 돔구장 특성 등을 운운하는 건 '번명'이라고 봤다. 홍 감독은 지난 4일 고척 SSG전을 앞두고 "실책은 개수보다 7~9회 클러치 상황서 어떤 실책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선수들이 어리고 경험이 없는 건 변명밖에 안 된다"라고 했다.
키움은 전통적으로 1군 로스터의 연령이 낮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과 서건창(LG 트윈스)이 차례로 떠난 올 시즌 내야진은 더 젊어졌다. 올 시즌 주전 유격수로 거듭난 김혜성이나 2루수로 자리잡은 송성문은 아무래도 경험이 많지 않다
그러나 연차가 몇 년이든 프로는 다 똑같은 프로다. 홍 감독은 "기술적, 정신적, 집중력 차이다. 그런 부분을 보완해야 실책 개수를 줄일 수 있다. 클러치 상황서 중요한 플레이를 성공해야 성장할 수 있다. 실책을 두려워하지 않되, 미리 상황을 예측하고 플레이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키움이 고척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하지만, 나머지 9개 구단이 고척에서 경기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홍 감독은 "그라운드 사정에 맞게 대비를 해서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 상대나 우리나 마찬가지 조건이다. 프로는 어떤 구장에서도 적응해야 한다"라고 했다.
키움은 근래 전력이 가장 탄탄하다고 평가 받은 2018~2019년에 실책 106개, 99개로 리그 최다 4위, 6위였다. 다른 팀들보다 독보적으로 적은 실책을 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작년과 올해처럼 실책으로 발목 잡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당시 팀은 상위권이었고, 작년과 올해는 중위권이다.
일단 홍 감독은 올 시즌 25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실책을 기록 중인 유격수 김혜성의 2루수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이 변화가 키움 내야진의 안정과 실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김혜성이 2루로 가면 장기적으로 주전 유격수를 다시 찾아야 한다.
홍 감독은 "팀이 안 좋은 상황서 실책도 한꺼번에 나온다. 점수가 많이 나오고 경기가 잘 풀리면 실책도 표시가 안 나는데, 어려운 경기를 반복하면 실책이 부각된다.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통해 좀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홍원기 감독(위), 홍원기 감독과 키움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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