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무슨 일 있었어?"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투수라는데 이견을 갖는 사람은 없다. 그 누구보다 기술의 완성도가 높았지만, 멘탈도 탁월했다. SSG 김원형 감독은 14일 인천 한화전을 앞두고 "선 감독님은 한 방을 맞아도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다음 공을 더 강하게 던졌다. 항상 당당한 모습이었다"라고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선 전 감독의 강철 멘탈과 냉정한 마인드 컨트롤이야말로 후배 투수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다. 김 감독은 오승환(삼성) 특유의 '돌부처' 표정도 떠올렸다. 전성기보다 구위가 살짝 떨어졌지만, 10년 전만해도 타자들은 오승환의 얼굴만 보고도 기세에서 눌린 채 타석에 들어섰다. 각종 변화구를 장착한 불혹의 오승환 역시 포커페이스로 무장했다.
올 시즌 KBO리그는 투고타저로 돌아섰다. 그러나 성장통을 겪는 투수, 슬럼프에 빠진 투수는 수두룩하다. 때로는 심판의 스트라이크 콜로 예민해지기도 하고, 정말 잘 던진 공이 억울하게 홈런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 투수도 사람인지라 화가 날 수도 있다. 이때 마운드에서 자신의 기량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 채 무너지고, 그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면서 고스란히 중계방송 카메라에 잡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투수들은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파는 것이나 다름 없다.
대다수 지도자는 이걸 경계한다. 종목을 불문하고 멘탈 관리가 되지 않으면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상식이다. 투수 출신 김 감독이 SSG 투수들에게 주문하는 건 단순하다. "그냥 공을 던져라"다. 구속이 덜 나와도, 스트라이크가 돼야 할 공이 볼이 선언되더라도, 잘 던진 공이 얻어맞더라도 결국 투수가 할 일은 공을 던지는 것이다.
김 감독은 "순간적으로 당황하는 표정, '왜 이러지' 이런 건 안 된다. '무슨 일 있어'라는 얼굴이어야 한다"라고 했다. 불안한 심리를 얼굴에 표출하면, 이미 타자와의 승부에서 살짝 밀린 채 시작한다는 우려다. 실제 결과가 그렇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SSG 마운드는 힘겹다. 오원석~이태양~최민준으로 이어지는 토종 선발진이 경험의 한계를 드러냈다. 박종훈과 문승원의 공백이 확실히 느껴진다. 불펜 역시 김택형을 마무리로 내세워 짜임새를 보강했지만, 김택형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불안하다.
SSG 투수 모두 선동열이나 오승환이 될 수 없다. 그러나 그런 마인드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시즌 도중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 이영하에게, 갑자기 구속이 덜 나오는 불펜 투수에게 "그러면 공을 안 던지나"라고 했다.
어떤 상황에 부딪히든 상황에 맞게, 되는대로 풀어나가는 침착함과 대담함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투수가 시즌 중 100% 컨디션일 수도 없고, 모든 일은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게 인생의 진리다. 불안한 감정을 상대에 표출할수록 손해를 보는 건 자신이다.
물론 김 감독은 마운드에서 강인함을 표출하기 위해 너무 세 보이거나 화를 내는 등의 모습도 바람직한 건 아니라고 했다. 롯데 코치 시절 김원중에게 "그래 봤자 손해를 보는 건 너다. 팬들, 덕아웃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다 너를 본다"라고 한 적이 있었다. 요즘 마운드에서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김원중은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로 성장했다.
김 감독은 "사실 원중이의 그런 모습을 좋아한다. 그러나 화 나는 일이 있어도 참을 수 있어야 하고, 웃는 건 보기 좋은데 그것도 잦으면 좀 그렇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포커페이스만 할 수 없긴 한데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라고 했다.
투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무슨 일 있었어?"라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공을 던지면 된다. 그 결과에 따라 다시 피드백을 주고 받고 보완해나가는 과정을 밟으면 된다. 야구를 잘해야 하는 전 세계 모든 투수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선동열 전 감독(위), 오승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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