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아름다운 옥 유(瑜), 아름다울 미(美)예요. 아빠가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영어로는 Youme라고 써요. '너'와 '나', 음악처럼 제 이름도 하나의 관계를 지니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전 제 이름을 '아름다운 너와 나'라고 생각해요."
'보이스코리아2' 세미파이널 출신이자 '프로듀스101 시즌2' 보컬트레이너 출신, 그래서 대중에겐 '유미쌤'으로도 불리지만, 신유미란 세계를 담기에는 이런 수식은 비좁은 느낌이다. 2019년 낸 앨범 '소 어딕티드 투 유(So addicted to you)'에서 확장된 새 앨범 '레이드 백 라이크 히피(Laid Back Like Hippie)'를 냈음에도, 신유미는 여전히 "더 많은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다"고 갈증을 느꼈다.
"원래도 곡을 썼지만, 제가 프로듀싱까지 한 건 처음이에요." 신유미는 이번 '레이드 백 라이크 히피'를 스스로에게 "굉장히 의미가 있는 앨범"이라고 자평했다. "마스터링을 보낼 때 울컥했다"는 신유미는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전 앨범 작업을 모두 직접 해내며 음악가로서의 영역을 더 성장시켰다.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을 법도 하지만 오로지 "제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만든 앨범이다. 완벽한 앨범을 만들기 위해 쏟은 시간과 노력이 가늠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덕분에 "제 마음에 들었고, 이번 앨범만큼은 뿌듯했다"고 만족스러워할 수 있었다.
"전 제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표현하는 걸 좋아해요. 다만, 아직은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금은 덜 궁금해 하시는 것도 같아서, 제가 직접 나서서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앨범의 시작인 1번 트랙 '유 기브 미 버터플라이즈(You give me butterflies)'는 사랑의 시작에 대한 노래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마음속을 헤집고 다니는 나비에 빗댔다. "사랑에 빠졌을 때, 그 마음이 안정적이지 않잖아요." 한 작품을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표현이라는 신유미는 "불안정하고 뭔가 가슴에서 몽글몽글한 기분을 '버터플라이가 줬다'고 표현하는 게 너무 재미있더라"며 앨범의 시작이라 "편하게 들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사랑의 시작'으로 들뜨기 시작한 마음은 2번 트랙 '히치하이커(Hitchhiker)'로 자유롭게 나부낀다. 신유미는 "굉장히 빨리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의 팬인 신유미는 슈가의 "삶은 선택과 후회의 반복"이란 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그 말에 꽂히면서 이걸로 가사를 써볼까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살면서 목표를 위해 무언가를 선택하고, 목표치에 달성하지 못하면 좌절하잖아요. 그런 것들의 연속이라면, 어차피 계속 후회하는 선택을 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과연 자신의 목표를 이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어차피 선택 아니면 후회라면, 자신의 마음에 오롯이 집중하면서 떠나버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전 그런 성격이 못돼요. 강박이 있거든요. 하지만 이게 저의 (음악이든 외모든)생김새고, 누군가 그게 싫다면 그것도 어쩔 수 없고요. 저의 본판을 바꾸고 싶지는 않아요. 저를 자유롭게 드러내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만든 노래예요. 히피들이 엄지를 올리고 무작정 떠나는 것처럼, 어차피 선택 아니면 후회라면, 우리도 삶의 자세를 정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놔두면, 삶에 대한 어떤 사랑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뭔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열린 결말처럼요."
신유미가 혼자 만들어낸 앨범이란 사실이 새삼 놀랍게 다가오는 건, 들려주려는 이야기의 거대한 맥락이 앨범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음원 위주'의 시대에선 이례적인 작업이자 결과물이다. 3번 트랙 '둥글게', 4번 트랙 '두 유 러브 유어셀프?(Do you love yourself?)'가 '히치하이커'와 이어지는 이유다.
"'둥글게'는 앙리 마티스의 '춤'을 본 감상을 바탕으로 만든 노래예요. 팬데믹 시대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길 바라는 노래기도 하고요. 무언가 예민해져 있고 마음이 갑갑한 시점에 타인에 대한 생각이 날카로워지지만, 마음을 둥글게 먹고 손 내밀어주자는 내용이죠. '두 유 러브 유어셀프?'는 직관적으로 제목을 붙였어요. 저희가 좌절을 겪을 때 자신에게서 그 원인을 찾게 되잖아요. 팬 분들이랑 얘기해 보면 모든 화살이 자신에게 향해 있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저도 그랬어요'라고 해주고 싶었어요. 슬프기도 하지만, 마음에 근육이 붙는다고 하잖아요. 그게 반복되면서 어떤 상처에도 강해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 트랙 '페일 블루 닷(Pale blue dot)'은 신유미의 앨범에 점을 찍는 노래다.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에서 유래한 제목으로 신유미는 "'두 유 러브 유어셀프?'의 결론이 되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두 음악이 스타일로는 같이 붙진 않지만, '너 자신을 사랑하니?'란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페일 블루 닷'을 생각했어요. 결론적으로 '창백한 푸른 점' 지구에서 우리도 점 하나로 빛나고 있을 거라는 대답을 주고 싶었거든요. 지구도 멀리서 봤을 때에는 작은 점에 불과하지만, 그 점을 가까이에서 보면 어마어마하게 말도 안되는 큰 세계가 있잖아요. 우리 자신도 하나의 점처럼 보이지만, 이 안에서 굉장히 아름다운 삶을 만들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잖아요. 우리도 '창백한 푸른 점'처럼 아름답구나 생각하시길 바랐어요."
처음에 신유미의 '레이드 백 라이크 히피' 앨범을 끝까지 듣고 난 뒤 '도대체 신유미란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호기심이 떠올랐다. 전작 '소 어딕티드 투 유'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 그러면서도 마치 오랫동안 이 이야기를 해왔던 것처럼 능숙한 목소리.
하지만 신유미를 만나 많은 대화를 주고받은 뒤에도 그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신유미의 세계는 단지 '유미쌤'으로도, 결코 앨범 한 장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끝없이 깊고 무한한 이야기를 담은 '창백한 푸른 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짐 캐리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어쩌면 신유미의 음악도 같은 색을 품고 있는 게 아닐까, 그 호기심만 더 깊어졌다.
"짐 캐리 아저씨 영화들을 좋아해요. '트루먼 쇼'도 너무 재미있고, '이터널 선샤인'도 사랑해요. 짐 캐리 아저씨는 왠지 너무 재미있는데, 너무 슬프지 않나요. 전 이상하게 아저씨 영화를 보면 쳇 베이커가 생각나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아저씨 영화에는 그런 쓸쓸함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요? 이번 앨범을 CD로 받았을 때요. 음악이라는, 볼 수 없는 것을 시각적으로 담아 '피지컬'을 만들어낸 건데, 그게 되게 뜻 깊었어요. 이 앨범은, 할머니 되어서도 들여다보면 너무 행복할 것만 같아요."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