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그 어떤 감독도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새 역사를 쓴 김태형 감독은 이름 자체만으로도 '명장'이다.
김태형 감독은 7년 전인 지난 2014년 10월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취임식을 갖고 사령탑으로서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두산은 '왕조'의 반열에 올라섰다. 2014년 6위에 머물렀던 팀을 맡은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두산은 2016년 93승 1무 50패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고,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4연승을 달리며 통합 우승과 함께 2연패 달성에 성공했다. 이후 두산은 2년 연속 우승 사냥에는 실패했으나, 2019년 키움 히어로즈를 누르고 다시 '왕좌'의 자리에 올라섰다. 그리고 2020시즌 준우승을 기록하며 지난 6년간 세 번의 우승과 세 번의 준우승을 차지했다.
김태형 감독은 취임식을 가진 이후 정확히 7년이 지난 10월 22일 인천 SSG전에서 앞서 그동안의 행보를 돌아봤다. 그는 "2015년 겁도 없이 우승을 하면서 감독을 시작했는데…"라고 말하며 생각에 잠겼다. 수 초간의 침묵이었지만, 그간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침묵을 깬 김태형 감독은 "감독을 맡는 한 책임감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는 팬들이 있다. 팬들을 위해서 선수들은 뛸 수 있으면 어떻게든 이기려고 최선을 다해야 하고, 감독은 이기기 위한 작전을 짜야 한다. 과거보다는 현재가 중요하다. 올해도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선수들이 그동안 너무 잘해줘서 꽃길만 걸었다. 참 시간이 빠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당시 두산은 66승 6무 63패로 리그 4위를 달리 있었지만, 5~6회 SSG 랜더스, 키움 히어로즈와 격차는 단 1경기에 불과한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정규시즌이 종료되는 날까지 4위 자리를 수성 해냈고, 7년 연속 팀의 포스트진출을 이끌었다. 그리고 가을 무대에서 또 한 번의 역량이 빛을 발했다.
김태형 감독은 워커 로켓과 아리엘 미란다까지 외국인 듀오가 빠진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최원준과 곽빈, 김민규로 이어지는 선발 투수 세 명만으로 단기전을 맞았다. 조기 탈락이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수많은 가을 무대를 밟은 경험을 바탕으로 홍원기 감독과 류지현 감독, 허삼영 감독보다 한 발 빠른 투수교체를 통해 승부수를 띄웠고, 선수들이 맡은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 주며 최고의 성과로 이어졌다.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WC)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격파하고,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잠실 라이벌' LG를 꺾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2연승을 달려 마침내 KBO리그 역대 최초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됐고,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위업을 썼다. 이제는 2년 만에 왕좌를 되찾는 여정에 나선다.
"선수들 덕분에 꽃길만 걸었다". 물론 야구는 선수들이 했고, 결과도 그들이 만들어냈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이 꽃길을 걸을 수 있었던 가장 큰배경에는 사령탑 본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태형 감독이 로드맵을 수립하고 선수단을 이끌었기에 가능했다. '명장' 김태형 감독을 넘어서는 사령탑이 나올 수 있을까. 메이저리그에도 7년 연속 팀을 월드시리즈 무대에 올려 놓은 감독은 없다. 당분간은 정말 쉽지 않아 보인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1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되는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두산의 경기전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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