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지난 해 12월14일. SSG랜더스가 한창 FA 시장이 불타오르고 있을 때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계약소식을 전했다. 박종훈, 문승원과 KBO리그 최초 비(非) FA 다년 계약을 했다는 보도자료였다.
SSG 랜더스는 14일 "박종훈(30), 문승원(32)과 KBO리그 최초로 비(非) FA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SSG는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줄 핵심 선수들의 선제적인 확보로 향후 선수단 전력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 박종훈과 5년 총액 65억원(연봉 56억원,옵션 9억원), 문승원과 5년 총액 55억원(연봉 47억원, 옵션 8억원)에 각각 계약을 맺었다"라고 밝혔다.
#이로부터 약 2주후 SSG 랜더스가 또다시 한유섬과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유섬도 바로 비 FA.
SSG 랜더스는 25일 "한유섬(32)과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장타력을 갖춘 핵심타선 선수의 선제적 확보와 향후 팀 타선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한유섬과 5년 총액 60억원(연봉 56억원, 옵션 4억원)에 계약을 맺었다"라고 전했다.
#설날 연휴가 끝난 2월3일. 삼성 라이온즈도 구자욱의 비(非) FA 다년 계약을 발표했다.
삼성은 “구자욱이 야구 실력은 물론, 향후 팀의 중심이 될 리더십을 갖춘 선수라는 판단으로 다년 계약을 추진했다. 구자욱은 5년간 연봉 90억원, 인센티브 30억원 등 최대 총액 120억원의 조건에 사인했다”고 밝혔다.
올 해 스토브리그 동안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이 비 FA 다년 계약이다. SSG와 삼성 등 두 팀 총 4건의 계약이 성사됐다. SSG가 3명에게 180억, 삼성이 120억 등 총 300억원을 쏘았다.
올스토브리그 동안 15명에게 989억원의 돈잔치를 벌였다며‘과열 FA’시장이라고 했는데 비FA도 이에 못지않게 돈잔치가 벌어진 것이다.
비FA 다년계약은 20년 전인 200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다년 계약을 허용하라’는 시정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KBO리그에서 1년계약만 했다. 제도가 있었지만 구단이 무시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 해 6월 롯데 안치홍의 2+2년 계약의 유효 여부가 문제가 돼 법적 분쟁이 벌어지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모든 선수들의 다년 계약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 결정이 지금 ‘비FA 대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비 FA 다년 계약이 늘어나는 이유는 왜 일까? 분명히 20년전에 제도적으로 다년계약을 허용했지만 단 한건도 없던 사례가 올 스토보리그 동안 4건이나 이루어졌다.
우선 샐러리캡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KBO리그는 2023시즌부터 선수단 연봉 총액을 제한하는 샐러리캡이 도입된다. 메이저리그처럼 사치세를 부과하는 소프트캡이기는 해도 구단으로서는 전략적으로 필요한 선수를 미리 확보해놓고 운영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 지난 시즌처럼 FA 시장이 과열돼 버리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데 이런 것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선수들 입장에서도 '나쁜 계약’인 것은 아니다. SSG 박종훈이 “다년계약은 구단에서도 리스크를 감수해야하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단에서 내게 먼저 흔쾌히 다년계약을 제시해줬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밝힌 소감에서 알 수 있듯이 구단이 리스크를 안고 가는 부분이 있다.
만약에 올 시즌 선수들이 부상을 당해서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분명히 팬들 사이에서는 “왜 미리 계약해서 팀에 손해를 끼치나?”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또한 FA를 앞두고 선수들은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 죽을 둥 살 둥 정말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이제 장기계약이 되어 있기에 부상의 위험을 무릅쓸 정도로 뛰지 않아도 되는 게 사실이다.
비록 구단은 이런 리스크가 있지만 반대로 선수들은 ‘구단이 나를 필요로 하고 있고 나를 신뢰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겨서 더‘충성심’(?)을 발휘, 팀 전력 상승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팬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구단의 스타가 오랫동안 한 팀에서 뛰는 것을 계속해서 볼수 있는 이점이 있다. LG로 떠난 박해민처럼 아쉬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렇듯 비 FA 다년계약은 선수와 구단에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동시에 주어지는 계약이다. 물론 FA 계약도 똑같지만 말이다.
모든 결정은 구단이 아니라 해당 선수가 판단해서 결정한다. 구단은 제시만 할 뿐이다. 이를 거부하고 시간이 지난 후 FA 시장에서 자신의 몸값을 테스트해 볼 수 있기에 그렇다.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더더욱 많아 질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처럼 ‘될성 부른 떡잎’에 대해서 과감하게 베팅을 하는 현상은 분명히 늘어날 것이다.
다년계약은 어찌보면 KBO리그의 새로운 트렌드일 수 있다. 물론 가난한 구단과 소속 선수들은 그냥 구경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말이다.
[소속 구단과 다년계약을 한 구자욱-한유섬. 사진=구단 제공]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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