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230억원 특급타자도 알아서 번트를 댄다.
LG 김현수는 5일 고척 키움전 9회에 결정적인 쐐기 스리런포를 터트렸다. 이 한 방은 야시엘 푸이그의 8회 솔로포로 팽팽해진 경기흐름을 다시 느슨하게 만들었다. LG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FA 통산 230억원, FA 재벌 1위로서 몸값을 톡톡히 한 순간이었다.
사실 그것보다 눈에 띄는 게 4회 번트안타였다. 1-3으로 뒤진 상황. 선두타자로 나섰다. 키움 야수들은 관성적으로 우측 시프트를 했다. 대다수 팀이 왼손타자 김현수가 나오면 오른쪽으로 시프트를 한다.
그럴 때 대다수 타자는 평소처럼 우측으로 잡아당기는 타격을 하되, 더 강한 타구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괜히 좌측으로 타구를 보내려다 타격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현수는 허를 찔렀다.
키움 선발투수 타일러 에플러의 초구 커브에 텅 비어있는 3루 쪽으로 기습번트를 댔다. 키움이 김현수가 번트를 시도할 줄 알았다면 초구에 상대적으로 느린 변화구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역시 시프트를 깨는 번트안타는 기습적이어야 성공확률이 높다.
사실 LG 이호준 타격코치가 스프링캠프 기간에 타자들에게 그런 얘기를 해줬다고 한다. 때로는 번트로 시프트를 깰 줄도 알아야 한다고. 그러나 간판 김현수는 예외였다. "내겐 코치님이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냥 선두타자였고, 지고 있었고, 한 방 친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었고, 살아나가야 된다는 생각이었다"라고 했다.
누구도 지시하지 않았지만, 팀을 위해 번트를 택했다. 김현수는 그저 "딱 한번에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딱 됐다"라고 했다. 초구에 실패하면 그 다음부터는 상대도 대비를 하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현수는 단 한번에 성공했다.
그만큼 김현수는 LG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루고 싶어 한다. 눈 앞의 1승이 모여 좋은 성적이 만들어지고, 좋은 성적을 내야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이 높아진다. 그는 "10개 구단의 목표가 같다. 우리도 당연히 우승이다.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김현수의 이 번트안타를 당연히 나머지 8개 구단 전력분석팀도 확인했다. 그렇다면 김현수는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또 3루 쪽으로 번트안타를 시도할까. 그는 "글쎄요. 반드시는 아니고, 오늘처럼 극단적 스프트에서 준비하는 건 나쁘지 않다"라고 했다.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는 의미. 그 자체로 상대를 헷갈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 김현수가 9개 구단 투수들과의 심리전을 시작했다. 어떻게든 승리 확률을 조금이라도 올리려는 노력이다.
[김현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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