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1년 가더라.”
1999년 7월10일. SSG 김원형 감독에겐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쌍방울 소속으로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했다. 장종훈의 타구가 김 감독의 얼굴을 강타했다. 당시 김 감독은 광대뼈와 코뼈를 다치며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김 감독이 3일 인천 KIA전을 앞두고 23년 전 아픈 기억을 다시 꺼냈다. 2일 경기서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SSG 151억원 에이스 김광현이 던진 공이 KIA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코뼈를 강타했다.
소크라테스는 코뼈 수술이 불가피하다. 수술과 안정기를 더해 약 3~5주 정도 공백기를 가질 예정이다. 끔찍한 사고를 당한 소크라테스도, 본의 아니게 소크라테스에게 큰 아픔을 안긴 김광현도 크게 놀랐다.
김광현은 경기 도중 구단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소크라테스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할 정도로 크게 당황했다. 소크라테스가 오히려 김광현과 관중을 안심시켰다. 김광현은 추후 소크라테스에게 직접 다시 사과할 계획이다.
소크라테스도 김광현도 심리적 ‘내상’을 극복해야 한다. 우선 타자는 몸쪽 공에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 수 있다. 그날의 기억이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투수 역시 몸쪽 승부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올 시즌 최고 외국인타자이자 KIA 핵심타자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올 시즌 몸쪽 코스에 비교적 강했다. 코뼈 수술과 재활도 힘들겠지만, 복귀 후 몸쪽 승부에 부담이 없도록 주위에서 도움을 주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김원형 감독은 사고 이후 자신의 투구 폼이 바뀌는 걸 감지했다. “나도 모르게 폼이 작아졌다. 팔을 끝까지 뻗어야 하는데 공을 던지고 바로 수비 자세를 취하느라 그랬던 것 같다. 사고 전에는 두려움이 없었으니 신경을 안 썼는데, 사고 이후 바깥쪽 직구를 던질 때 상대적으로 내 방향으로 타구가 날아올 확률이 높으니 던지고 곧바로 수비 자세를 취했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사고 이후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하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1년 걸렸다. 다음 시즌(2000년)까지 영향을 미쳤으니까. 광현이도 미안한 마음이 있을 것이다. 나도 놀랐고 마음이 좋지 않다. 그래도 고의는 아니었고 야구를 하다 보면 일어날 수도 있는 사고”라고 했다.
김 감독은 내심 김광현이 걱정돼 이 정도로 타일러줬다고 한다. 그러나 극복하는 건 당사자의 몫이다. 김 감독은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라고 했다. 다행히 김광현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미안한 감정은 갖되 경기를 할 때는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했다.
[김원형 감독(위), 김원형 감독과 김광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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