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최강야구 감독, 이승엽입니다.”
7월16일 서울 잠실야구장. 이승엽은 KBO리그 40주년 레전드 톱4에 선정, 올스타전에 앞서 팬들에게 인사하는 자리를 가졌다. 당시 이승엽은 마이크를 잡고 팬들에게 위와 같이 말했다. KBO 홍보대사이며, 자신의 이름을 딴 장학재단 이사장이자 SBS 해설위원이기도 하다.
수많은 직함 가운데 ‘감독’을 택했다. 감독에 대한 자부심과 존경심이 투영됐다고 봐야 한다. 실제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는 예능이라고 보기 어렵다. 은퇴선수들이 고교, 대학 팀들과 이른바 ‘도장깨기’를 하는데, KBO리그를 떠오르게 할 정도로 진지하다. 그래서 호평 받는다.
이들을 이끄는 이승엽 감독 역시 무섭게 경기에 몰입한다. 기본적으로 믿음의 야구를 펼친다. 때로는 디테일한 작전까지 선보인다. 위기에 마운드에 올라 선수들을 독려하고 자신감을 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삼성 허삼영 감독이 자진사퇴했다. 허삼영 전 감독은 지난달 31일 대구 롯데전 직후 구단에 사퇴를 표명했다. 삼성은 입장을 정리한 뒤 1일 오후 공식화했다. 박진만 퓨처스 감독이 감독대행을 맡았다. 2일 잠실 두산전서 데뷔한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시즌 도중 사령탑을 교체하지 않았던 대표적 구단이다. 삼성에 감독대행 체제는 1997년 조창수 감독대행 이후 25년만이다. 그러나 허 전 감독이 지난해 삼성을 정규시즌 2위에 올려놓으며 올 시즌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컸다.
7월까지 9위. 5위 KIA에 무려 9.5경기 뒤졌다. 시즌 초반부터 코로나19 확진자 및 부상자가 속출했다. 일부 중심을 잡아줘야 할 선수들이 기대에 못 미쳤으며, 허 전 감독의 멤버 활용 및 구사가 유연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2016~2017년에 이어 또 한번 구단 역대 최악의 성적(9위)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제 관심이 가는 건 차기 사령탑이다. 일단 2일을 시작으로 정확히 50경기를 지휘해야 할 박진만 감독대행이 자연스럽게 주목받는다. 박 감독대행은 현역 시절 FA 계약을 통해 삼성에 몸 담았지만, 대구 프랜차이즈 스타는 아니다. 그러나 코치로 돌아와 또 한번 역량을 인정받았다.
삼성은 시즌 후 심사숙고해서 새 사령탑을 결정할 것이다. 박 감독대행이 잔여 50경기서 팀을 안정시키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당연히 차기 사령탑 유력후보가 될 수 있다. 물론 다른 후보들도 리스트업 될 것이다.
이승엽도 그 명단에 들어갈 수 있을까. 최강야구가 아닌, KBO리그에서 코치를 넘어 감독까지 할 수 있을까. 이승엽이 친정 삼성이 아닌 타 구단에서 일하는 모습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최근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 경기를 ‘직관’하는 모습도 있다. 물론 이승엽의 속마음은 누구도 알기 어렵다. 내색하는 것 자체가 민감한 대목이다.
어쨌든 이승엽은 최강야구 감독으로 진정성을 보여준다. 박수 받아야 마땅하다. 다만, 2017년 은퇴 후 KBO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프로는 엄연히 최강야구와 다른 무대다. 공교롭게도 허 전 감독 역시 전력분석에 오래 몸 담았을 뿐, 코치 경력은 없었다. 모든 판단은 모기업이 한다.
삼성은 2015년 페넌트레이스 5연패 이후 암흑기가 끝나지 않았다. 차기 사령탑 선정은 상당히 중요하다. 과연 모기업이 어떤 결론을 내릴까. 구겨진 명가의 자존심을 어떻게 회복할까. 이승엽은 언젠가 친정에 돌아갈 수 있을까. 야구 팬들에겐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다.
[이승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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