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한 번은 마음속으로 스쳐갔다"
LG 트윈스 '장발 에이스' 케이시 켈리는 지난 2020년 5월 10일 NC 다이노스전에서 2이닝 6실점(5자책)으로 '조기강판'의 수모를 당한 뒤 엄청난 기록을 써 내려갔다. 무려 75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를 기록하며 KBO리그 역사에 획을 그었고, '꾸준함'의 면모를 제대로 뽐냈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두산 베어스전에서 8실점(6자책) 최악의 투구에도 이어졌던 기록은 2년 3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켈리는 지난 5일 키움 히어로즈와 맞대결에서 3이닝 동안 8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7실점(7자책)으로 무너졌고, 매 등판이 새로운 역사로 이어지던 흐름도 중단됐다.
켈리에게도 대량 실점 '퀵후크'는 충격, 악몽과도 같았다. 켈리는 20일 잠실 두산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 시즌 13승째를 수확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지난 잠실 키움전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남겼고, 그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굉장히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켈리는 "야구를 하다 보면 나올 수 있는 경기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포수가 요구하는 대로 공을 던지고 계획을 실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기였다. 야구 선수이기 때문에 빨리빨리 잊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KBO리그에 입성한 뒤 줄곧 길러왔던 긴 머리카락도 자를까 고민에 빠졌던 켈리다. 그는 "머리카락이 길었다고 해서 공을 잘 못 던지고 나쁜 성과를 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록이 깨진 이후 '머리를 잘라야 하나'라는 생각이 한 번은 마음속으로 스쳐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장발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켈리는 "긴 머리를 고수하고, 마운드에서 던지는 것이 나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대로 놔둘 것"이라며 "여름이라서 지금보다 더 기르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지금 길이에서 자르고 다듬으면서 유지를 할 생각이다. 가을이 되면 자연스럽게 길게 놔둘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켈리는 5일 키움전 이후 우천취소 등으로 인해 무려 2주 동안 제대로 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그러나 좋지 않은 기억을 빨리 잊고, 철저한 준비 끝에 15일 만의 등판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LA 다저스, 캔자스시티 로얄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프트뱅크 호크스 등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8개 구단 스카우트 앞에서 제 실력을 뽐냈다.
켈리는 올 시즌 LG가 두산을 상대로 거둔 9승 중 4승을 따냈고, 지난 2014년(8승 1무 7패) 이후 LG가 8년 만에 '잠실 라이벌' 두산을 상대로 '곰 공포증'을 극복, 상대 전적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쁨을 맛보게 됐다.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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