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지도 못했는데 좋은 평가를 받은 감독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이가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이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 대표팀을 이끌고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했다. F조에 속한 이란은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와 조별리그를 치렀다.
1차전 나이지리아와 0-0 무승부를 거둔 2차전에서 톱시드 아르헨티나를 만났다. 그곳에는 '전성기'의 리오넬 메시가 있었다. 케이로스 감독이 찬사를 받을 수 있었던 바로 그 경기였다. 이란은 늪축구를 선보였다. 사실상 텐백이었다. 거의 모든 선수가 수비를 했다.
객관적 전력에서 약체로 평가받는 아시아팀이 세계적 강호들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케이로스 감독은 압박 수비에서 찾았다. 그러다 역습 기회가 생기면 빠르게 질주하는 것이다. 이 전술은 통했다. 케이로스의 이란 수비는 전성기 메시를 90분 동안 꽁꽁 묶었다.
후반 추가시간 결국 메시에게 결승골을 얻어맞아 0-1로 졌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조별리그에서 메시를 가장 효율적으로 막은 팀이 이란이라고 극찬했다. 3차전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에게 1-3으로 패배하며 이란은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렇지만 아르헨티나전 강렬한 수비는 강한 여운을 남겼다.
4년 후 케이로스 감독은 다시 한번 이란을 이끌고 월드컵으로 왔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이란은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와 함께 B조에 속했다.
이란은 1차전에서 모로코를 1-0으로 잡았다. 2차전에서 스페인을 만나 선전했다. 0-1로 패했지만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하이라이트는 3차전 포르투갈전이었다.
이란은 포르투갈의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꽁꽁 묶었고, 끝내 침묵시켰다. 결과는 1-1 무승부. 이란은 1승1무1패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이번에도 케이로스 감독의 강력한 압박 수비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을 이끌고 나선 세 번째 월드컵이다. 2019년 이란과 이별을 고했지만 카타르 월드컵을 7개월 앞두고 다시 이란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리고 카타르로 왔다. 이란은 잉글랜드, 미국, 웨일스와 B조에 속했다.
21일 이란은 잉글랜드와 B조 1차전을 가졌다. 결과는 2-6 참패. 케이로스의 이란이 월드컵에서 기록한 한 경기 최다 실점 신기록이다. 게다가 케이로스의 이란은 지나 두 번의 월드컵 조별리그를 합쳐 총 6실점을 허용했다. 그런데 잉글랜드전 한 경기에 6골을 내줬다.
이란의 간판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가 전반 초반 부상으로 빠지는 변수가 있기는 했지만 이토록 뻥뻥 뚫리는 이란의 수비는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란답지 않게 너무나 성급했고, 당황했고, 흔들렸다. 아시아 최강이라는 자긍심도 무너졌다.
역시나 무리한 선임이었을까. 천하의 케이로스라고 해도 월드컵 개막 7개월 전에 지휘봉을 잡는다는 건 득보다 실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선보인 강렬한 수비는 케이로스 감독이 이란 지휘봉을 잡고 8년을 공들여 만든 작품이었다.
케이로스 감독이 이란을 떠나 있었던 3년. 많은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시간이다. 이를 케이로스 감독의 과거 영광, 이란의 영웅이라는 타이틀로 모두 커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다면 앞으로 남은 2경기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케이로스 감독의 월드컵 돌풍도 카타르에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