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0일 일본 도쿄 분쿄구의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2차전 '숙적' 일본과 맞대결에서 4-13으로 무릎을 꿇었다.
타선은 '미·일 통산' 188승의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초반부터 3점을 뽑아내며 '조기강판'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이어나온 '좌완 에이스'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에게도 한 점을 더 뽑으며 분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마운드였다.
한국은 선발 김광현이 3회부터 갑작스러운 난조를 보이며 2이닝 4실점(4자책)을 기록했고, 원태인(2이닝 1실점)과 곽빈(⅔이닝 1실점), 정철원(⅓이닝 1실점), 김윤식(0이닝 3실점), 김원중(⅓이닝 1실점), 구창모(⅓이닝 2실점)까지 6명의 투수가 무려 10점을 헌납했다.
실점이 없었던 것은 정우영(⅔이닝)과 이의리(⅓이닝), 박세웅(1⅓이닝). 하지만 이 중에서도 이의리는 3개의 볼넷을 내주며 불안한 투구를 펼쳤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일본의 타자들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2009년 WBC 이후 무려 14년 만에 '콜드게임'을 걱정해야 할 상황까지 나왔었다.
국내에서는 수십억원을 받는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 모습. 호주를 상대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데 이어 일본에도 완패한 한국 야구는 결국 '우물 안 개구리'였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의 국제대회에서의 부진이 '현실'이었는데, 과거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성과에 취해 스스로 강팀이라는 착각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 6일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와 평가전이 끝난 뒤부터 일본 기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아왔다. 1군 선수들이 아닌 2군에 가까운 선수들로 구성된 오릭스에서 패했기 때문. 경기에 앞서서도 이강철 감독은 자신을 '자극'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날선 반응을 내비쳤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의 모습은 달랐다. 참담한 결과 때문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이강철 감독은 일본 '베이스볼킹' 소속의 기자로부터 "4-13의 스코어가 나왔는데, 한국과 일본의 수준 차이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선수들의 컨디션 때문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질문을 받는 당사자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 최악의 과정과 결과로 인해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이강철 감독의 속이 부글부글 끓을 질문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베이스볼킹' 소속의 일본 기자의 질문에 한국과 일본의 격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일본이 잘했다. 먼저 잘한 것은 인정한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갖고 있는 것이 이게 다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성장하고 나면 분명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애써 침착하게 답했다.
갈수록 한국과 일본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음은 10일 경기가 아니라더라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와 프리미어12, 올림픽, WBC까지 '프로' 선수들 간의 맞대결에서 6연패에 빠져있다. 사령탑의 자존심에 금이 가는 질문이었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다. 호주, 네덜란드, 대만 등에도 점점 밀려나고 있는 것이 한국 야구다.
[이강철 감독이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진행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4-13으로 패한 뒤 허탈해하고 있다. 사진 = 도쿄(일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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