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잡을 것처럼 뛰네, 너무 열심히 뛰더라.”
13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가 2-0으로 앞선 3회말 2사 만루. 타석에 노진혁이 들어섰다. 볼카운트 1B1S서 KIA 선발투수 마리오 산체스의 3구 146km 가운데 몰린 패스트볼을 통타, 좌익수 이창진의 키를 넘기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롯데가 6-1로 승리하는데 결정적 순간이었다. 너무 잘 맞은 타구였고, 맞는 순간 최소 워닝트랙까지는 갈 타구라는 생각을 누구나 할 수 있었다. 노진혁도 경기 후 “맞는 순간 (좌익수 키를 넘기는)오버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그런데 타구를 바라보며 주루하던 노진혁이 살짝 불안했던 모양이다. KIA 좌익수 이창진이 의외로 타구를 잘 따라갔기 때문이다. 이창진으로선 자신의 머리 방향으로 날아온 빠르고 큰 타구였다. 정면을 바라보며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건 불가능했다.
대신 이창진은 아예 뒤로 돌아 전력으로 뛰며 글러브를 댔다. 이게 절대 쉽지 않다. 자신의 눈 앞에 펜스가 보이기 때문에 부딪힐 수 있다는 공포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느 순간 걸음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창진은 펜스에 부딪히는 걸 감수했다. 실제 가속도 때문에 끝내 부딪혔다. 그리고 타구는 담장을 때리고 그라운드로 튀어나왔다.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노진혁은 잘 쳤고, 이창진은 결과적으로 타구를 처리하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수비했다. 둘 다 프로페셔널했다. 단, 노진혁은 농담을 곁들였다. “어떻게 친지도 잘 몰랐다”라면서 “창진이 뛰는 폼을 보니, 너무 열심히 뛰더라. 상무 동기인데 마음이 좀 그랬다”라고 했다.
‘상무 동기인데 좀 봐주면 덧나나’라는 얘기였다. 진지한 말투가 '킬포'였지만, 사실 농담에 가까웠다. 그러나 노진혁은 그만큼 간절했다. 올해 야구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이번 KIA와의 3연전서 번트안타에 2루타만 세 방을 터트리며 타격감을 바짝 올렸다.
그러나 여전히 78경기서 타율 0.235 3홈런 33타점 30득점 OPS 0.660이다. FA 4년 50억원 계약을 맺은 선수의 기록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어쨌든 노진혁으로선 이번 3연전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자신의 좋았던 타격 밸런스, 리듬을 되찾았다. 히팅포인트가 앞으로 나왔다며 만족했다.
알고 보면 이창진도 제 코가 석자다. 상무 동기를 봐줄 여유가 없다. 주전 좌익수로 맹활약한 2022시즌의 영광을 뒤로하고, 백업으로 돌아가며 입지가 줄어들었다. 올 시즌 62경기서 타율 0.234 2홈런 18타점 23득점 7도루 OPS 0.696. 백업 외야수로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주전이던 작년에 비하면 올 시즌 퍼포먼스가 만족스러울 리 없다.
때문에 이창진으로선 간혹 선발라인업에 포함된 경기가 소중하다. 결국 13일 경기서는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대신 수비와 주루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창진도 올해 주전 좌익수가 된 이우성처럼 늘 어떤 역할에도 팀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다. 노진혁 타구만 해도 애당초 처리하기 어려운 타구였지만, 자신의 몸이 펜스에 부딪히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두 상무 동기가 순간적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그런데 144경기 중의 1경기다. 이창진도 실망할 필요가 없다. 노진혁도 이창진도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시즌 후 본인과 팀의 성적으로 평가를 받으면 된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