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최고의 영상 메시지였다"
미국 'MLB.com'을 비롯한 일본 '풀카운트' 등은 19일(이하 한국시각) 트레이드를 통해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LA 다저스로 이적한 타일러 글래스노우의 인터뷰를 전했다.
다저스는 올 시즌 100승(62패 승률 0.617) 시즌을 보내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 타이틀을 손에 넣으며 162경기의 대장정을 훌륭하게 마무리했다. 그러나 정규시즌 때와 달리 포스트시즌에서의 다저스의 모습은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맞붙었는데, 단 한순간도 애리조나에 앞서지 못한 채 '스윕패'를 당하며 무릎을 꿇었다.
투·타 모든 면에서 다저스의 경기력은 아쉬움이 짙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마운드였다. 훌리오 유리아스가 가정 폭력 혐의, 워커 뷸러와 더스틴 메이 등 그동안 선발진의 주축을 맡았던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다저스에게는 믿을 만한 카드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밖에 없었는데, 커쇼가 1차전에서 최악의 투구를 남기며 무너지자 도저히 애리조나를 꺾을 수가 없었다.
수술대에 올랐던 뷸러가 2024시즌에는 마운드로 돌아올 예정이지만, 커쇼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만큼 다저스의 오프시즌 숙제는 명확했다. 바로 선발진을 보강하는 것이었다. 그동안의 스토브리그에서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모습과 달리 이번 겨울 다저스는 '주인공'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 시작은 '이도류 MVP' 오타니 쇼헤이를 영입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다저스는 오타니가 FA 자격을 얻기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드러낸 결과 10년 7억 달러(약 9110억원)라는 엄청난 계약을 맺었다.
오타니를 영입한 것만으로도 전력을 크게 끌어올린 다저스의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다저스는 오타니를 영입함과 동시에 탬파베이와 트레이드 카드를 맞췄다. 그 결과 메이저리그 통산 '30승'을 기록 중인 타일러 글래스노우와 매뉴얼 마고를 품는데 성공했고, 반대급부로 유망주 라이언 페피엇과 조니 델루카를 내줬다. 글래스노우를 영입하면서 선발진 보강에 성공한 다저스는 곧바로 5년 최대 1억 3650만 달러(약 1776억원)의 연장 계약까지 체결했다.
다저스가 글래스노우와 연장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에는 오타니와 계약에 '디퍼(연봉 지급 유예)' 조항이 포함됐던 까닭이다. 오타니는 다저스에서 선수로 뛰는 10년 동안 연봉 200만 달러(약 26억원)만 받고, 나머지 6억 8000만 달러(약 8850억원)는 2034시즌이 끝난 뒤 지급받기로 했다. 이는 오타니가 먼저 다저스에 제안했는데, 오타니는 "내가 지금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참고, 페이롤에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면 나중에 받아도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단순하게 오타니의 연봉을 계산해 보면 매년 7000만 달러(약 911억원)이다. 다저스의 팀 페이롤에는 7000만 달러가 잡힐 수밖에 없다. 하지만 '디퍼' 조항이 들어가면서 이들의 계약은 완전히 달라졌다. '디퍼'를 할 경우 시간의 흐름에 따른 화폐 가치의 하락을 고려해 '할인율'이 적용되는데, 이로 인해 매년 오타니의 몸값은 약 4600만 달러(약 598억원)로 측정되게 됐다. 따라서 팀 페이롤에 여유가 생긴 다저스는 글래스노우에게 연장 계약을 안길 수 있게 됐다. 그리고 현재는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영입전에도 뛰어든 상황이다.
글래스노우는 19일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다저스는 내가 평생 가고 싶었던 팀이다. 내가 가고 싶었던 팀들의 목록이 있는데, 거기에 다저스가 포함이 돼 있었다. 다저스가 나를 높이 평가했다는 사실에 굉장히 감사했다"고 다저스에 입단한 기쁜 소감을 밝혔다. 글래스노우가 다저스의 평가에 기뻐한 배경에는 그동안 부상 등으로 인해 풀타임 시즌을 뛰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연장 계약까지 안겨준 것이 컸다. 글래스노우는 "다저스가 제안한 금액에 매우 만족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글래스노우는 이날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다저스행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히기도 했다. 일본 '풀카운트'와 '스포츠 호치' 등에 따르면 글래스노우는 "오타니가 다저스에 입단했다는 사실을 기사를 통해 알았다. 이를 본 순간 다저스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상 최고의 야구 선수인 오타니와 함께 그라운드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오타니는 글래스노우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는데 큰 힘을 보탰다. 오타니가 "내년 선발 로테이션에서 함께 할 수는 없지만, 당신을 위해 홈런을 치고 싶다"는 영상 메시지를 남겼던 것이었다. 글래스노우는 "그 비디오는 정말 최고였다. 오타니는 '내가 입단해 줬으면 좋겠다', '홈런을 쳐 힘을 보태고 싶다', '투수로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을 해줬다"며 "내가 다저스로 가는데 큰 포인트가 됐다. 다저스가 오타니를 영입한 것은 매우 잘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활짝 웃었다.
올해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한 오타니는 수술을 받은 탓에 2024시즌 마운드에 선 오타니의 모습은 볼 수 없을 전망이지만, 회복이 잘 진행된다면, 오타니는 2025시즌부터는 다시 '이도류' 활약을 펼칠 수 있다. 글래스노우는 오타니와 함께 투구하는 것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