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나는 왜 꾸물거릴까? |저자: 이동귀·손하림·김서영·이나희·오현주 |21세기북스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다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에디터 이미연] 기상 시간, 알람을 몇 차례 뒤로 미루고 나서야 눈을 뜬다.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또 한참을 뭉그적거리다가 겨우 몸을 일으킨다. ‘이제는 씻어야 해, 지금도 늦었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움직임이 굼뜨다.
기상만 이리 힘들까? 그럴 리가 없다. 편집 일로 늘 마감 전쟁을 치르며 산다. 원고를 받았을 땐 분명 여유 있는 기간이었는데 이상하다. 마감일 가까이부터는 잠까지 줄여가며 일해야 겨우 맞출 수 있다.
책방 일에도 그렇다. 독서 모임을 진행하려고 책까지 선정해놓고 모집 글 올리기를 미룬다. 결국 시기를 놓쳐서 모임을 열지 못하기 일쑤다. 내일 후회할 걸 알면서도 오늘은 꾸물거린다. ‘어제 내가 왜 그랬지’ 자기 비난도 종종 한다. 나는 왜 그럴까?
그 답을 <나는 왜 꾸물거릴까?>에서 찾아보았다. 꾸물거림을 극복하는 방법(how)을 여러 자기계발서에서 찾아보았지만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꾸물거리는 이유(why)에 중점을 둔다. 물론 꾸물거림을 극복하기 위한 조언도 건네지만 주요 내용은 아니다.
저자는 꾸물거림이란 타고난 기질이나 성격이 아니라 감정적 교착 상태에 따른 행동 결과로 본다. 꾸물거림이 게으른 성격 탓도, 시간 관리를 잘못한 탓도 아니라니! 내가 게을러서 그렇다고 자기 비난한 적 있기에 반가운 설명이다.
저자는 꾸물거리는 이유를 5가지 성향으로 설명한다. 책에서 2장부터 6장까지 각각 살펴보기 때문에 나에게 와닿는 장을 먼저 읽어도 좋다.
‘꾸물거림’이라는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되는 이유 다섯 가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일에 필요한 노력의 총량을 축소하는 ‘비현실적 낙관주의’ △자신을 불신하고 자기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자기 비난’ △욱하는 마음에 일을 미루는 ‘저항성’ △기준이 너무 높아서 실제로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완벽주의’ △새로운 도전은 잘하지만 흥미가 떨어지면 중도 포기해버리는 ‘자극 추구 성향’이다. (215쪽)
각 장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미룬 여러 일이 떠올랐다. 지난 원고와 같은 주제니 더 빨리 끝낼 수 있겠다며 꾸물거린 일은 비현실적 낙관주의였다. 이번 독서 모임은 준비가 덜 된 것 같다며 미룬 일은 완벽주의였다. 자기 비난에 빠져 미룬 일도, 저항성이나 자극 추구로 미룬 일도 있었다.
저자는 내가 가진 꾸물거림의 감정적 뿌리를 알아차리고 그 감정을 인정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글쓰기를 추천한다. 4장 ‘현실에 대한 저항성’에서 나온 설명이지만 다른 이유로 인한 꾸물거림에서도 효과적이겠다.
저자는 “꾸물거림을 해결하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나에게 있는 것을 불러내는 것”(216쪽)이라고 설명한다. 즉 꾸물거리는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꾸물거림에 대한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일을 미뤘다며 자책하고 후회하면서 또다시 꾸물거리는 악순환을 끊고 싶은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북에디터 이미연. 출판업계를 뜰 거라고 해 놓고 책방까지 열었다. 수원에 있지만 홍대로 자주 소환된다.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한다. 인스타그램 담해북스
북에디터 이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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