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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파리(프랑스) 심혜진 기자] "아빠, 나 벌써 올림픽 메달 2개 땄어!"
여자사브르 대표팀 맏언니 윤지수(31·서울시청)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레전드 투수 출신 아버지 윤학길에게 자랑을 했다.
윤지수, 전하영(이상 서울특별시청), 최세빈(전남도청), 전은혜(인천광역시 중구청)로 구성된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세계랭킹 4위)은 4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단체전 우크라이나와 경기서 42-45로 졌다.
아쉬운 역전패였다. 그래도 사상 첫 은메달을 따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역대 최고 성적을 썼다.
종전 최고 성적은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의 동메달이다. 대표팀은 간판스타 김지연 은퇴 이후 세대교체를 진행했고, 이번 대회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
단체전 첫 판이었던 미국과 8강전에서 45-35으로 승리해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대표팀은 준결승전에서 대이변을 일으켰다. 개최국이자 팀 랭킹 1위인 프랑스를 만나 45-36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그리고 결승전에서는 우크라이나를 만났다. 8라운드까지는 앞서고 있었지만 9라운드에서 역전패를 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서 윤지수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비록 준결승전에 전은혜과 교체되면서 대회를 마감했지만 후배들을 열심히 응원하며 함께 은메달을 수확했다.
도쿄올림픽 당시에는 김지연, 최수연 등 선배들과 함께 막내로서 대회에 나섰다. 그리고 동메달을 땄다. 파리에서 선배가 됐다. 전하영, 최세빈, 전은혜 등 후배들을 이끌었다. 그리고 한 단계 올라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세대교체에 성공한 한국 여자 펜싱이다.
시상식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윤지수는 "한국 여자 사브르 최초로 은메달을 목에 걸 수 있어서 너무 좋고 그리고 이 모든 세대를 거슬러 제가 후배들이랑 함께 은메달을 목에 걸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윤지수는 4강 프랑스전에서 스스로 교체를 자청했다. 이에 대해 윤지수는 "프랑스 선수들과 저는 오랫동안 경쟁을 해왔기 때문에 서로가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우리 후배 선수들이 열정과 패기가 있고 프랑스 선수들이 파악하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고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 초반 점수만 잘 버티는 작전으로 가면 충분히 넘을 수 있다고 봤는데 작전이 잘 통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결승전은 처음부터 피스트 아래서 지켜봐야 했다. 목이 터져라 응원을 했다. 윤지수는 "애들이 너무 잘해줘서 솔직히 너무 멋있었다. 또 선배로서 후배들이 잘하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기특하기도 하고 또 같은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영광스러웠다"며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도쿄올림픽에선 막내로 동메달을 땄고, 이번에는 맏언니로 은메달을 땄다. 윤지수는 "일단 메달 색을 바꿨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분이 좋다. 이 친구들의 다음번 메달은 금메달로 딸 수 있게 선배로서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라스트댄스임을 밝혔다.
결승 무대를 뛰지 못해 아쉽지 않았을까. 윤지수는 "전혀 아쉽지 않았다"고 바로 답하며 "후배들이 너무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 친구들은 앞으로 다음 올림픽을 가야 한다. 내가 그 자리를 욕심을 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힘 줘 말했다.
윤지수의 아버지는 롯데 레전드 출신 투수다. 2세 스포츠인답게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태극마크를 단 윤지수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사브르 단체전 우승에 힘을 보탰다. 도쿄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아시안게임 개인전 첫 금메달을 땄다.
이번 대회 개인전에서는 16강서 조기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으나 단체전에서 한국 펜싱의 새 역사를 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아버지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윤지수는 아빠! 나 벌써 메달 2개 땄어"라고 외치며 웃었다.
파리(프랑스)=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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