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저는 에이스가 아닙니다"라고 했지만, 곽빈의 어깨가 무겁다.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의 아쉬움을 만회할 때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3일 대만 타이베이의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리그 대만과 맞대결에서 3-6으로 무릎을 꿇었다.
경기 시작부터 완전히 분위기를 빼앗겼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2회말. 무실점 스타트를 끊은 고영표가 갑작스럽게 흔들리더니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내주면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리고 이어 나온 천천웨이에게 던진 초구 체인지업을 구사했다. 그런데 체인지업 떨어지지 않고 밋밋하게 스트라이크존으로 향했고, 이는 그랜드슬램으로 연결됐다.
문제는 실점이 단 4점에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영표는 이어지는 2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린리에게 2루타를 맞으며 다시 한번 위기 상황에 놓였고, 천제시엔에게 투런홈런까지 얻어맞으면서 무려 6점을 헌납, 분위기가 급격하게 기울었다. 물론 포기는 없었다.
한국은 4회 선두타자 홍창기의 출루로 마련된 찬스에서 김도영과 박동원이 적시타를 터뜨리며 2-6으로 간격을 좁혔고, 7회초에는 대타로 출전한 나승엽이 비디오판독의 도움을 받아 솔로홈런까지 터뜨리면서 3점차까지 대만을 추격했다. 하지만 더이상 타선이 힘을 내지 못하면서 끝내 흐름을 뒤집지 못했고, 3-6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낳았다.
조 2위 자리를 놓고 다툼이 유력한 대만에게 무릎을 꿇은 가운데 류중일호의 슈퍼라운드 진출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14일 쿠바를 시작으로 15일 '숙적' 일본, 도미니카공화국, 호주를 모두 꺾고 '4승 1패'라는 성적을 만들지 못한다면, 도쿄올림픽 노메달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가 되풀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쿠바전에 선발 출격하는 곽빈의 어깨가 무겁다. 포스트시즌과 WBC 등 단기전에서 유독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지만, 곽빈은 올해 30경기에 등판해 15승을 수확하며 원태인(삼성)과 함께 공동 다승왕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게다가 WBC를 비롯해 항저우 아시안게임(AG)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까지 국제대회 경험도 적지 않은 만큼 이번엔 곽빈이 해줄 때다.
특히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담 증세로 인해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받았던 비난-비판을 완전히 씻어낼 수 있는 기회다.
물론 상대가 만만하진 않다. 대회를 앞두고 진행됐던 평가전에서 맞붙은 경험이 있는 쿠바지만, 타선의 넉넉한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유는 올해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는 등 8시즌 동안 331경기에 등판해 30승 14패 154홀드 40세이브 평균자책점 1.92의 성적을 남긴 리반 모이넬로(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는 까닭이다.
그리고 타선도 평가전 때와는 조금 달라졌다. 일본에서 5시즌 동안 305안타 40홈런 167타점 타율 0.252 OPS 0.757을 기록하고 있는 포수 아리엘 마르티네즈이 합류했기 때문. 최소 실점으로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해 줄 필요성이 있다. 곽빈은 대회를 앞두고 취채진과 인터뷰에서 "에이스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지금 류중일호가 믿을 수 있는 투수는 곽빈밖에 없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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