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이제 미취학 어린이 앞에서는 연주해도 되겠어요.”
기타 선생님이 나의 영화 <머니볼>의 OST ‘더 쇼’ 연주를 듣고 이렇게 말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내놓기 부끄러울 수준은 아니라는 뜻의 선생님식 표현이다. 기타 레슨 초반부터 이 곡을 연습했으니 거의 2년 만의 일이다.
물론 그사이 이 곡 하나만 연습한 건 아니다. 중간중간 다른 곡도 기웃댔다. 마룬5의 ‘선데이 모닝’, 레이지본의 ‘어기여차’, 장범준의 ‘벚꽃엔딩’, 왬!의 ‘라스트 크리스마스’ 등등.
그루브를 소화하지 못해서, 왼손 코드 전환이 복잡해서, 오른손 아르페지오 주법이 어려워서 등 위에 열거한 곡을 계속하지 못한 이유가 다양하다.
통상 많은 기타 초보자가 중도 포기하는 이유는 F코드 때문이다. 나 역시 네 손가락을 모두 사용하는 이 F코드 때문에 꽤나 애를 먹었다.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왼손가락을 섬세하게 쓰기가 버겁다. 특히 검지는 쭉 펴서 여섯 줄을 모두 짚은 채 나머지 세 손가락으로 5, 4, 3번 줄을 각각 짚어야 한다. 이때 각 손가락에 힘을 균등하게 잘 분배해야 하기 때문에 쉽사리 소리가 나지 않는다. 웬만큼 연습해서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많은 이들이 포기한다.
내가 2년 가까이 연습한 ‘더 쇼’에도 이 F코드가 있다. C-G-Am-F코드로 이루어진 이 곡을 연주할 때마다 나는 F코드에서 먹먹한 소리가 났다. 피부가 약하고 탄력이 없어서 왼손으로 짚은 줄이 피부 사이로 먹혀 들어가는 데다가 손가락 힘까지 약하니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았다.
이 F코드 때문에 늘 긴장하여 앞뒤로 박자를 놓치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런데 이제 연주 중 실수하더라도 당황하지 않으며, 이 한 곡 정도는 남 앞에서 연주해도 부끄럽지는 않을 수준이라니…! 감개무량하다.
이 곡을 처음 연습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일 쳤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 번은 꼭 친다. 스스로 다짐하고 어긴 날은 거의 없다. 일이 많아 잠을 줄여야 하는 날이 이어지면 이른 저녁 시간 때 미리 알람을 맞춰두고 단 5분이라도 연습했다.
연습 과정이 뜻대로 되지 않아 짜증 나고 기타를 집어던지고 싶은 날도 많았다. 어떤 날은 ‘이 부분이 잘 안 되는데’ 하다가도 어떤 날은 ‘이 부분은 좀 되는 것도 같고’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고 손가락 끝이 굳은살로 단단해지는 만큼 짜증 내는 횟수가 줄었다. 딱 그만큼 실력이 늘었으리라.
기타를 배운 지 2년이 다 되어서야 깨닫는다. 특출난 재능이나 강점은 없을지라도 나는 생각보다 끈기가 있는 사람이었다.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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