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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아무리봐도 있는 팀이 더하다. 해도해도 너무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메이저리그에서 '샐러리캡' 도입이 힘을 얻고 있다.
'MLB.com' 등 현지 복수 언론은 20일(이하 한국시각) LA 다저스와 태너 스캇의 계약 소식을 전했다. 세부 내용으로는 4년 7200만 달러(약 1044억원) 계약이며, 이 중에서 2100만 달러(약 304억원)는 '디퍼(추후지급)' 하기로 결정했다.
오래 전부터 있었던 제도였던 '디퍼'가 화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2023-2024년 겨울이었다. 오타니 쇼헤이가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통해 시장에 나오게 됐고,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1조 149억원)의 전 세계 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을 맺었는데, 총 계약 규모의 약 98%에 해당되는 6억 8000만 달러(약 9859억원)을 추후에 지급받기로 결정한 까닭이었다.
오타니가 팀을 옮기기 전부터 다저스는 'MVP' 출신의 프레디 프리먼(5700만 달러), 무키 베츠(1억 1500만 달러)와 계약을 맺을 때에도 '디퍼'를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 누구도 디퍼라는 제도를 주목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타니와 다저스가 7억 달러 계약 중 6억 8000만 달러가 공개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오타니는 자신에게 사용해야 할 돈으로 더 많은 선수들을 영입해 달라는 차원에서 택한 것이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이후 다저스는 디퍼를 남발하기 시작했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1년 2350만 달러(약 341억원)의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850만 달러(약 123억원)를 추후에 지급하기로 결정했고, 2024년 3월에는 주전 포수 윌 스미스와 10년 1억 4000만 달러(약 2030억원)의 연장 계약을 체결했는데, 그중에서 5000만 달러(약 725억원)이 지급을 다시 '먼 미래'로 미뤘다. 디퍼를 남발하면서 전력을 끌어올린 결과 다저스는 지난해 월드시리즈(WS)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런 결과물에 도취된 것일까. 다저스는 이번 겨울에도 디퍼를 무분별하게 사용했다. 다저스는 FA 시장을 통해 양대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출신의 블레이크 스넬과 5년 1억 8200만 달러의 계약을 통해 마운드를 보강, 지난 시즌 중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했던 토미 에드먼과는 4년 6450만 달러의 연장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각각 6600만 달러(약 956억원)와 2500만 달러(약 362억원)의 지급을 연기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다저스는 1년 만에 다시 FA 자격을 얻은 에르난데스와 3년 6600만 달러(약 956억원)의 계약을 통해 재결합했는데, 이번에도 2350만 달러(약 341억원)를 디퍼 했다. 그리고 20일 좌완 파이어볼러 태너 스캇과 4년 72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으면서 2100만 달러를 나중에 제공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공개가 돼 있는 다저스의 디퍼 금액만 무려 10억 4600만 달러(약 1조 5158억원)에 이르는 상황. 이는 지난해 3월 '포브스'가 발표한 마이애미 말린스 구단 가치보다 높다.
'디퍼'라는 제도는 아무나 사용할 수 없는 제도다. 기본적으로 구단의 자금력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언젠간 해당 금액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한 구단 입장에서는 디퍼가 신용카드로 카드값을 돌려 막는 행위, 반대로 부유한 구단의 경우엔 어차피 보유하고 있는 금액이지만, 할부로 금액을 납부해 현재의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로 인해 각 구단들의 전력은 더더욱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저스는 디퍼로 슈퍼스타 또는 그해 FA 시장의 최대어들을 모두 데려올 수 있지만, 가난한 구단은 엄두도 내지 못할 행동인 까닭이다.
특히 디퍼는 사치세의 부담도 덜어준다. 화폐의 가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떨어지기 마련. 메이저리그는 디퍼 계약에 대해서는 '할인율'을 적용하는데, 다저스는 어차피 내야 할 사치세도 디퍼를 통해 부담을 덜어내기까지 하고 있다. '억만장자 구단주' 스티브 코헨 뉴욕 메츠 구단주가 이끄는 뉴욕 메츠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 적어도 메츠는 디퍼 없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온전한 사치세의 부담까지 다 떠안은 채 선수들을 영입한다. 다저스가 그만큼 '룰'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다저스의 무분별한 디퍼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MLBTR)'가 팬들을 대상으로 디퍼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메이저리그와 선수노조는 2026시즌이 끝난 뒤에는 새로운 노사협정(CBA)를 맺어야 하는데 '다음 노사협정에서 샐러리캡이 도입되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여기서 언급된 샐러리캡은 현재 사치세 제도와는 조금 다르다. 'MLBTR'이 거론한 샐러리캡은 '하드 샐리러캡'으로 팀 연봉 총액에 상한선을 두자는 것이다. 이에 1만 3000명(66%)에 가까운 사람들이 '찬성'에 표를 던졌다. 샐러리캡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보다 약 2배가 많았다.
두 번째 질문은 더욱 흥미롭다. 만약 샐러리캡 제도를 두고 메이저리그와 선수노조가 갈등을 겪어 2027시즌이 열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샐러리캡 도입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물음이었다. 구단 총 연봉에 대한 상한선을 두면 선수 입장에서는 무조건 반대를 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약 1만 4000명이 응답한 해당 질문에는 '반대(51%)'표가 더 많이 나왔지만, 투표에 참여한 49%가 2027시즌이 취소되더라도 샐러리캡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다저스가 디퍼를 남발하는 것이 규정을 위배한 행위는 분명 아니다. 하지만 모든 구단들이 다저스와 같이 광고, 중계료 등으로 엄청난 수익을 손에 넣는 구조가 아닌 만큼 이러한 행동에 불만이 조금씩 터져나오고 있다. 그리고 20일 다저스가 이번 FA 시장에서 '불펜 최대어'로 불린 스캇을 데려오면서, 분노는 절정에 달한 모양새다. 현지 언론을 통해 다저스의 행위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나오는 중이다.
현재 다저스가 하고 있는 것처럼 무분별한 디퍼 행위를 막아설 방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메이저리그도 결국 고이게 된다. 신규 팬들의 유입은 떨어지고, 있는 팬들은 떠나갈 수밖에 없다. 적어도 뉴욕 양키스가 '악의 제국'으로 불릴 때에도 이렇게 선수들을 영입하지 않았고, 뉴욕 메츠가 돈으로 우승을 사려고 했던 2023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있는 구단이 더하다'는 말은 다저스를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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