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트럼프, 취임식서 '전기차 의무화 철회' 공식 선언
IRA 혜택 축소 등 자동차·배터리 업계 '긴장'
현대차그룹, 미국 현지 생산량 늘려 대응 나서
AMPC 존속 여부 관건…필라2 추가 세액 부담 커져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기차 지원 정책 폐지 천명으로 국내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취임사를 통해 "그린뉴딜(친환경 산업정책)을 종식하고, 전기차 의무화를 철회한다"고 선언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오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량의 56%를 전기차로 채운다는 친환경 정책을 펴왔다. 기존 정부 정책을 180도 바꾼 셈이다.
반면 전기차 의무화 폐지 발표와 별개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완전히 철회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IRA 폐지를 위해서는 상·하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화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현지 고용 창출과 관련해 IRA 폐지에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의 경우 자동차·배터리 업계를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전기차 의무화 폐지 발표로 인한 IRA 혜택 축소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현재 미국 시장에 가장 힘을 쏟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올해 말까지 미국 시장에 100억달러(약 14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결정했으나 최근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아이오닉5, 아이오닉9,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등 전기차 3개 모델이 제외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함께 생산하는 대책을 펼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HMGMA는 전기차 생산 공장이지만,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될 시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브리드차 생산도 병행해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복안이다. 현대차는 HMGMA 연간 생산 규모도 5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품에 대해 최소 10~20% 관세 부과 등도 예고했는데, 현대차그룹은 관세가 대폭 부과되는 것에 대비해 미국 현지 공장 생산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려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HMGMA과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기아 조지아공장 등의 총 연간 생산량을 118만대까지 늘릴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업계도 IRA 폐지 가능성과 관련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IRA는 완성차와 배터리를 대상으로 ▲구매자 대상 전기차 세액공제 ▲투자 세액공제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등 크게 3가지 혜택을 제공한다.
그 중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누리는 최대 7500달러(약 1080만원)의 세액공제와 배터리업체가 받는 AMPC의 존속 여부가 관심을 받고있다.
AMPC는 투자기업에 대해 배터리셀은 ㎾h 당 35달러, 모듈은 ㎾h당 10달러를 환급하는 제도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이 제도에 따라 분기마다 최대 수천억원의 혜택을 받아왔다.
만일 AMPC 조항이 폐지된다면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필라2)와 관련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추가 세액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 필라2 실효세율이 감소될수록 최종 모기업인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추가 세액 부담이 커져 손실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에 배터리 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시장 환경 변화를 감지하면서도, 현지 생산시설 투자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 약 7조20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생산 라인을 구축한다. GM과 합작법인으로 추진한 얼티엄셀즈 3공장을 인수해 단독 공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SK온은 올해 포드와의 합작사 블루오벌SK의 켄터키 1공장과 테네시 공장, 조지아주의 현대차 합작 공장 등 3곳의 가동을 시작한다. 삼성SDI 역시 미국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사(JV)인 스타플러스 에너지(SPE)의 생산공장 4개 라인 중 1개 라인을 지난해 말 조기 가동한 데 이어 올해 1분기부터 나머지 3개 라인을 차례로 가동시킬 예정이다.
이외에도 배터리 제조사들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흑연·리튬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의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대미 배터리 최대 투자 국가로서 미국 러스트벨트 지역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며 "트럼프 2기 출범을 계기로 우리 기업의 현지 배터리 제조공장이 미국의 과도한 중국 배터리 공급망 의존을 완화하고, 양국 배터리 협력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트럼프 정부 대응 세미나에서 제언했다.
심지원 기자 s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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