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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설민석의 클레오파트라 강의 오류를 지적해 화제를 모았던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이 이번엔 건축학이자 방송인으로 유명한 유현준 교수(홍익대)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8일 소셜 미디어에 “유현준의 <공간이 만든 공간>의 2장 ‘문명을 탄생시킨 기후 변화’는 내 전공과도 관련이 있는 장이었기 때문에 특히 더 관심이 갔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내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딱 이 2장까지였다. 저자는 단편적인 사실적 근거를 토대로 꽤나 진취적인 논리적 도약을 시도하는 것 같았고, 그런 ‘도약적 사유’는 내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라면서 “마치 이어령의 글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놀랍게도 이어령이 이 책의 추천사를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도약적 사유의 전제로 삼고 있는 사실적 근거들 가운데는 그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것들도 많았다”면서 “책의 전반에 걸쳐서 그 사실을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고고학이라는 나의 전공을 토대로 확인할 수 있는 2장 부분에서는 적어도 그랬다. 이 불안불안한 문장들의 집합체를 2장 넘어서까지 읽어내는 것은 나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곽 소장은 메소포타미아·중국의 농경과 지구온난화로 인류가 농사를 짓게 됐다는 부분, 인류 최초의 도시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만들어진 우루크라는 도시, 그리고 농업을 통해서 수렵 채집보다 2천 배 가량 높은 인구밀도를 가진 공간을 만들면서 인류는 지능상의 큰 변화를 만들게 된다는 부분을 문제점으로 짚었다.
한편 곽 소장은 설민석의 클레오파트라 강의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은 바 있다.
그는 2020년 12월 20일 소셜미디어에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클레오파트라 편을 보고 있다. 역시 걱정했던 대로 사실관계가 틀린 내용이 차곡차곡 쌓여간다"라며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것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가 힘들 지경이다”라고 저격했다.
이어 “재미있게 '역사 이야기'를 한다고 사실로 확인된 것과 그냥 풍문으로 떠도는 가십거리를 섞어서 말하는 것에 저는 정말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그런데 설민석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그 극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곽 소장의 비판에 설민석은 결국 고개를 숙였고, 이후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곽민수 소장 글 전문
유현준과 <공간이 만든 공간>
어제부터 화제가 되고 있는 유현준의 책을 읽어보았다. 널리 회자가 되는 사람에 대해서 궁금해질 때는 그 사람의 책을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오늘 오전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읽은 것은 <공간이 만든 공간>이라는 책이었다. 근사한 제목이 눈길을 끌었는데, 특히 2장 ‘문명을 탄생시킨 기후 변화’는 내 전공과도 관련이 있는 장이었기 때문에 특히 더 관심이 갔다.
그런데 내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딱 이 2장까지였다.
저자는 단편적인 사실적 근거를 토대로 꽤나 진취적인 논리적 도약을 시도하는 것 같았고, 그런 ‘도약적 사유’는 내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치 이어령의 글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놀랍게도 이어령이 이 책의 추천사를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가 도약적 사유의 전제로 삼고 있는 사실적 근거들 가운데는 그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것들도 많았다. 책의 전반에 걸쳐서 그 사실을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고고학이라는 나의 전공을 토대로 확인할 수 있는 2장 부분에서는 적어도 그랬다. 이 불안불안한 문장들의 집합체를 2장 넘어서까지 읽어내는 것은 나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사례들 사운데 일부만 덧붙여 본다.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에서는 기원전 9500년 경부터…. 그리고 중국에서는 기원전 2500년 경부터 농경이 시작되었다.”
- 문제의 여지가 상당한 문장이다. 최초의 농경이 확인되는 공간은 터키 동부-시리아 북부 지역이다. 이 지역은 유프라테스 강 상류와도 관계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메소포타미아’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게다가 ‘수메르’는 일반적으로 유프라테스 강-티그리스 강 하류 지역과 관련된 명칭이다. 대신 이 지역’에 대해서는 레반트’라는 지명이 자주 사용된다. 이를테면, 같은 중국이라고 하더리도 양쯔강 유역을 일반적으로는 ‘중원’이라고는 부르지 않는 것이나 대전이나 세종 주변을 ’수도권‘이라고는 하지 않는 것과 같다. 농경의 흔적은 이 지역에서 대략 11,500년 경(그러니깐 저자가 이야기하는 기원전 9500년 경과는 시기적으로는 얼추 비슷하다.)부터 나타나는데, 특히 텔 아부 후레이라 유적에서는 11,700년 전이라는 데이터도 나온다.
중국의 경우도 기원전 2500년 보다는 훨씬 더 이전부터 농경의 흔적이 확인된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최신의 내용은, 대략 기원전 5700년 경의 사례다. 특히 이 경우에는 제배되는 작물이 근동 지역에서 와는 달리 쌀이다. 즉 현재까지 확인된 쌀 농사와 관련된 최초의 사례는 기원전 5700년 경의 중국에서 확인된다. 기원전 2500년이 아니다.
“지구 온난화는 인류가 농사를 짓게 했고....”
- 최신(이라고 하지만 이미 20년 전부터도)의 고고학적인 연구는 농사가 시작된 배경을 저자의 말과는 정반대로 설명한다.
최초의 농경은 영거 드라이아스(Younger Dryas, 12,900-11,700 BP) 시기에 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 시기는 최종 빙기 극대기(Last Glacial Maximum)가 끝나고 온난화가 진행된 마지막 아빙기(Late Glacial Interstadial) 이후에 일시적으로 다시 빙하기 상태로 돌아온 시기다. 요컨대, 현대 고고학은 온난화 직후 한랭한 시기가 시작되자 수렵과 채집을 통한 식량 확보가 어려워졌고, 이에 대해서 대응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식량 생산이 가능한 농경과 목축을 생계경제의 수단으로 능동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파악한다.
“인류 최초의 도시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만들어진 우루크라는 도시다.”
- 우루크도 분명히 오래된 축에 속하는 도시이지만, 우루크가 도시화되는 것은 우바이드 시기(기원전 5500-3700년 경) 후반부이다. 그런데 반하여 차탈 회위크에서 집얍적 취락이 등장하는 것은 기원전 7500년 경의 일이다. 일반적으로 ‘최초의 도시’라고 하면 보통은 차탈 회위크를 언급한다. 물론 20세기 초반, 즉 100여년 전에는 우루크를 최초의 도시라고 이야기했다. 아, 그리고 차탈 회위크는 메소포타미아에 없다.
“농업을 통해서 수렵 채집보다 2천 배 가량 높은 인구밀도를 가진 공간을 만들면서 인류는 지능상의 큰 변화를 만들게 된다.”
- 현생 인류, 다시 말해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대략 16만-9만년 전에 나타난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그 이후로 인류는 지능의 측면에서는 조금도 변화하지 않았다. 농업이라는 생계경제는 인간의 삶을 많은 부분에서 바꿔놓았지만, 인간 지능에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유현준의 <공간이 만든 공간>은 대략 이런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다른 글들은 아직 읽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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