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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전혀 보이지 않는 존재지만…"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모리이 쇼타로는 11일 일본 도쿄의 토호고등학교에서 일본 언론들과 인터뷰의 시간을 가졌다. 오클랜드와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맺은 이후 처음 언론과 마주하는 자리에서 모리이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런 모리이는 지난달 큰 결단을 내렸다. 일본이 아닌 미국에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 모리이는 계약금 151만 500달러(약 22억원)의 계약을 통해 오클랜드와 손을 잡았다. 학업 보조금까지 포함하면 계약 총 규모는 176만 500달러(약 25억 6000만원)으로 지금까지 일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지 않고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간 선수들 중에서는 역대 최고 금액으로 이어졌다.
2006년생의 모리이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투·타에서 모두 남다른 재능을 갖고 있다는 점. 오타니 쇼헤이의 뒤를 이을 '이도류' 유망주로 평가 받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최고 153km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으며, 타자로는 고교 통산 45개의 홈런을 터뜨릴 정도의 '한 방' 능력까지 갖춘 선수. 일본은 물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을 제대로 사로잡았고, 미국 '베이스볼 아메리카(BA)'는 모리이를 국제 아마추어 랭킹 25위로 평가할 정도로 기대가 되는 유망주다.
오클랜드와 계약을 맺은 뒤에도 미국에서 훈련을 이어가던 모리이는 최근 일본으로 돌아왔고, 11일 처음 언론들과 마주 앉았다. 일본 '닛칸 스포츠'와 'TBS 뉴스 디지털' 등에 따르면 모리이는 "오클랜드와 계약을 맺은 뒤 한 달 동안 가벼운 운동을 하고 어제(10일) 귀국을 했다"라고 인삿말을 건넨 모리이는 "메이저리그는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었다.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내게 기쁜 일"이라고 오클랜드와 계약을 맺은 소감을 밝혔다.
모리이를 향한 오클랜드 구단의 기대감은 상당하다. 댄 페인스타인 오클랜드 단장 보좌는 모리이와 계약을 맺은 직후 "역사적인 날"이라며 "이번 봄부터 마이너리그에서 모리이가 투·타로 뛰는 모습을 보는 것이 기다려진다"고 부푼 기대감을 숨기지 못했다.
일본에서 프로를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에 곧바로 도전장을 내미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데, 모리이는 이날 인터뷰를 통해 오클랜드를 택하고, 일본이 아닌 미국에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이유도 설명했다.
모리이는 "오클랜드에서 이도류를 굉장히 높게 평가해 주셨다. 그리고 젊은 선수들을 계속 기용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는 팀이다. 이런 점에서 '내게도 기회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물론 'NPB 쪽으로 갈까'하는 망설였던 시기도 있었다. 어려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오클랜드가 이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기도 했고, 나도 빠르게 미국으로 가서 익숙해진 상황에서 메이저리그에 콜업됐을 때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전례를 크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을 하지 않는 타입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행복한 것을 하고 싶어서 일본이 아닌 미국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며 "어머니께서 '네가 살고 싶은 인생을 살아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죽을 때 '이런 인생을 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를 샅샅히 뒤져도 프로 무대에서 '이도류'로 활약하는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있다. 바로 오타니 쇼헤이다. 오타니는 2021년 이도류 활약을 통해 첫 번째 만장일치 MVP를 손에 넣었고, 2023시즌에도 투수로 10승, 타석에서 44개의 아치를 그리며 두 번째 MVP를 수확하는 등 '이도류는 오타니'라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모리이의 롤 모델은 당연히 오타니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이리만이 보유하고 있는 강점도 있다. 투수로 등판하지 않을 땐 유격수로 출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오타니에겐 없는 모리이만이 보유한 재능으로 '이도류'를 넘어 '삼도류'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모리이는 "유격수에 대한 고집은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야 수비에 대한 집착은 있다"고 욕심을 드러내며 "오타니 선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을 하고 있는지, 나는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은 기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전혀 보이지 않는 존재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채워나갈까'하는 마음으로 준비를 해 나가고 싶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일본이 아닌 미국행을 택한 만큼 모리이는 빅리그 콜업을 서두르지 않을 예정이다. 그는 "구단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고,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희망사항으로는 4~5년 안에는 메이저리그에 승격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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