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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그야말로 역대 최악의 계약이 아닐 수 없다.
미국 '디 애슬레틱'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각) LA 에인절스 앤서니 렌던의 부상 소식을 전했다. 스프링캠프 훈련이 시작된 첫 날부터 부상으로 이탈하게 됐는데,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2022년 한차례 고관절 수술을 받았던 렌던, 이번에는 반대쪽에 대한 수술이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2011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의 지명을 받은 렌던은 2013년 처음 빅리그에 입성했다. 데뷔 첫 시즌부터 98경기에 출전해 93안타 7홈런 35타점 타율 0.265 OPS 0.725로 가능성을 드러낸 렌던은 이듬해 주전으로 도약했고, 무려 153경기에 춪런해 176안타 21홈런 83타점 타율 0.287 OPS 0.824로 펄펄 날아올랐다. 당시 111득점은 내셔널리그 1위였다.
2015시즌에는 80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던 렌던은 2016년 156경기에 나서 다시 20개의 홈런을 터뜨리는 등 100타점을 수확하며 부활했고,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특히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앞두고 있던 2019시즌에는 44개의 2루타를 기록하며 2년 연속 내셔널리그 1위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고, 무려 126개의 타점을 쓸어담는 등 146경기에서 34홈런 타율 0.319 OPS 1.010으로 폭주했다.
이에 렌던의 가치는 하늘을 찔렀고, 2020시즌에 앞서 LA 에인절스가 7년 2억 4500만 달러(약 3535억원)을 베팅하며 렌던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계약은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먹튀' 계약이 됐다. 에인절스로 이적한 첫 시즌의 경우 코로나19로 단축시즌이 열렸던 만큼 렌던은 '풀타임'에 가까운 52경기를 소화하며 9홈런 타율 0.286 OPS 0.915로 좋은 모습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듬해 렌던이 드러눕기 시작했다. 부상 부위도 너무 다양해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 렌던은 2021시즌 58경기 출전에 머무르더니, 지난해까지 에인절스에서 5시즌 동안 257경기 밖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시절을 포함해 에인절스가 지난 5년 동안 치른 경기가 708경기라는 것을 고려하면 렌던이 얼마나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는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렌던은 망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메이저리그에서 하나를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느냐'는 질문에 "시즌을 짧게 만드는 것"이라며 "경기 수가 162경기로 너무나도 많다. 185일 가량 시즌이 치러진다. 이 끔찍한 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망언을 쏟아냈다. 이러한 렌던의 발언에 팬들은 비판,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런데 렌던이 또다시 누웠다. 스프링캠프 첫 훈련부터 부상을 당했고,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상황이다. 페리 미나시안 단장은 렌던의 복귀 시기에 대해 말을 아꼈으나,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올해도 그라운드에서 유니폼을 입고 있는 렌던의 모습을 보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렌던의 모습에 미국 'ESPN'의 올든 곤잘레스가 작심 발언을 내뱉었다. 곤잘레스는 14일 팟캐스트 프로그램인 '베이스볼 투나잇'에 출연해 '에인절스가 렌던을 포기한 것인가?'라는 물음에 "렌던이 워싱턴에 몸담고 있을 때 '그다지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FA 시장에 나온 당시 그 이야기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고 말 문을 열며 "렌던을 아는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때 그대로 은퇴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곤잘레스는 "고관절 수술을 받은 렌던은 올 시즌이 종료되면 계약이 1년 밖에 남지 않는다. 나는 이제 끝이라고 생각한다. 렌던이 에인절스 일원으로 플레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며 "렌던은 야구계 최악의 계약이 될 것이다. 많은 부상을 당한 것은 안타깝지만, 매우 슬픈 끝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에인절스의 입장에서 투자한 돈이 아까워서 그동안 렌던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2025시즌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장기 이탈이 확정된 만큼 렌던이 부상에서 돌아오더라도, 출전 기회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강제 은퇴'를 시킬 수도 있다. 이제는 복귀를 시키고 건강하게 좋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 것조차 아까울 정도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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