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면제·예외 기대 안돼" 트럼프, 상호관세 발표
상호관세 이어 자동차·반도체 '관세 도미노'
현대차, 관세 폭탄 대응 美 공장 가동 조기화 전략
"반도체 보조금 재검토" 악재까지…삼성·SK하이닉스 딜레마
"관세 압박 선제대응" 경제계, 관세폭탄 대응 방미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편적 관세에 이어 각종 관세 부과 계획을 예고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 반도체 외에 주요 산업들이 대거 상호관세 대상이 될 수 있어 한국의 관세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서 수입 자동차 관세 도입 일정 질문에 "4월 2일쯤"이라고 말했다. 다만 4월2일이 자동차 관세 적용 시점인지, 구체적인 자동차 관세 부과 계획에 대해 발표하는 날짜인지는 분명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자동차 관세 관련 일정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미국 상무부 통계 등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은 미국에 153만5616대(366억 달러·약 52조8000억원)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수출량으로는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 금액으로는 멕시코, 일본에 이어 세 번째다.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전기차를 포함한 한국산 승용차에 대해 2016년부터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자동차 수출액은 707억 8900만 달러(102조 1626억 원)로 이 중 대미(對美) 수출액은 347억 4400만 달러(50조 1425억 원)다. 비중은 49.1%에 달한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1위로, 규모 면에서는 수출 품목 2위인 반도체(106억8000만달러)의 3배에 달한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가 이뤄질 경우 자동차 산업 및 현대차그룹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 조지아 기아 공장, 그룹의 친환경 차량 혼류 생산이 가능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미국 내에 3개의 공장을 갖고 있다. 현대차는 시장 미국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차종을 최대한 미국 내에서 많이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라인을 조정하는 등 시장 상황에 맞춰 면밀히 대응할 방침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초도 생산을 시작한 HMGMA의 가동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美 반도체 보조금 재협상 추진…삼성·SK 보조금 '안갯속'
대미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산업도 비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시절 제정된 반도체법(칩스법)에 따라 미국 내 투자 기업에 주기로 한 보조금과 관련해 재협상을 추진 중이다.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기로 한 외국 반도체 기업은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370억달러(약 53조원)를 투자해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지으면서 47억4500만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38억7000만달러를 들여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최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기로 하고 4억5800만달러를 약속받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보조금을 받은 뒤 중국에 투자 계획을 발표한 기업들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중국 내 패키징·테스트 시설에 3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인텔과 중국에 생산 시설을 둔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타깃으로 거론된다.
한국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재협상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대응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국이 중국 내 반도체 투자 요건을 엄격하게 할 가능성에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우시에서 D램 공장을 운영중인 SK하이닉스가 또 다른 변수에 부딪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예외 및 면제 없이 25%의 관세 부과 계획을 연이어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도미노 관세 폭탄이 이어지자 국내 주요 기업으로 구성된 민간 경제사절단이 대미 통상외교의 첫발을 내딛는다.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9일부터 20일까지(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대미 통상 아웃리치' 활동을 시작한다.
경제사절단은 대미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철강, 조선, 에너지, 플랫폼 등 한미 경제협력의 핵심 산업 대표들이 대거 참여한다. 최 회장을 비롯해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원경 삼성전자 사장, 유정준 SK온 부회장, 이형희 SK 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성김 현대자동차 사장, 윤창렬 LG글로벌전략개발원 원장 등을 비롯해 제임스김 주한미국상의 회장, 대한상의 박일준 상근부회장 등 총 26명이다.
경제사절단은 백악관 고위 당국자와 의회 주요 의원들과 만나 관세를 비롯한 통상정책을 논의하고, 양국간 전략적 협력의제와 대미 투자협력을 위한 액션플랜을 소개할 계획이다. 특히 경제사절단은 미국 백악관 및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행정부 2기 동안 추진할 경제·산업 정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미국 차세대 원전 개발과 SMR 협력,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 등이 중점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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