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뉴스 일기예보에서 포근한 봄 날씨 소식과 더불어 미세먼지 주의 당부를 연일 듣는다. 겨우내 기다리던 따스한 햇살과 봄바람을 온전히 즐길 수 없는 아이러니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공원과 도심 광장은 한산해지고, 미세먼지 앱 확인이 일상이 됐다.
정부는 이러한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제1차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2020~2024)을 수립해 추진했다. 그 결과, 당초 목표였던 전국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 16㎍/㎥를 지난해 달성했으며, 2019년 대비 30% 감축 성과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적 성과의 실체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 감소, 산업시설 가동률 저하, 재택근무 확산 등 외부요인이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2차 종합계획(2025~2029)에서 13㎍/㎥라는 더 높은 목표를 설정했으나, 실제 추진 중인 중점과제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석탄발전 가동정지·상한제약 △불법배출 집중단속 △자동차검사소 점검 등 발생원에 대한 일시적 제한이나 제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근본적인 배출구조 개선이라기보다 임시방편적 대응에 가깝다.
수도권 지역, 특히 편서풍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서부권 지역은 미세먼지 문제에 더욱 취약하다.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서해를 건너 가장 먼저 도달하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 지자체는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해 있다.
국내 미세먼지 대응의 첫 번째 한계는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서해안 미세먼지 농도가 급상승하는 패턴은 편서풍을 타고 유입되는 대기오염물질 영향이 크다. 국내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더라도 국경을 넘어오는 미세먼지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남는다.
두 번째 한계는 가시적 대책에 치중하는 현 접근법의 제한성이다. 도시숲과 같은 사업은 시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으나,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미미하다. 산림청이 올해 전국에 기후대응 도시숲 107곳을 조성할 계획이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1헥타르 숲이 연간 흡수하는 미세먼지는 경유차 27대의 배출량에 불과한 수준이다.
세 번째 한계는 구조적 변화 없이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하는 정책 방향이다. 고농도 발생 시기에만 활성화되는 계절관리제와 비상저감조치는 마치 증상만 일시적으로 완화시키는 대증요법과 같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적으로는 상황을 개선할 수 있으나,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
미세먼지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서는 단편적이고 임시방편적인 대책에서 벗어나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제 당장의 숫자로 보여지는 성과보다 지속 가능한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음과 같이 실효성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첫째, 산업구조와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원인 석탄발전과 내연기관 중심의 에너지·교통 체계를 재편해야 한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한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최근 환경부가 지자체에 공개한 대기영향예측시스템(NEAS)은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경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도구이다. 이를 통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책을 수립하면 효과적인 미세먼지 저감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셋째,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국제협력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국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환경 협력 메커니즘을 강화해야 한다. 환경 외교의 우선순위를 높이고, 공동 모니터링, 배출 저감 목표 설정, 기술 협력과 같은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미세먼지 문제는 환경, 경제, 외교의 복합적 과제로서 어느 한 분야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통계적 수치 개선에 만족하거나 가시적 대책에만 집중하는 현재의 접근법으로는 진정한 해결이 불가능하다. 산업구조 개편, 과학적 데이터 활용, 국제협력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환경 문제는 세대를 넘어 지속되는 장기적 과제이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당장 비용과 불편함이 있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며, 국제사회와 협력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겠다. 봄이 오면 미세먼지 걱정 없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도록,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은 단순한 환경 정책을 넘어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된 핵심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심준규.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더솔루션컴퍼니비 심준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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