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이정원 기자] "은퇴한 형님들에게도 전화가 왔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시즌 초반 타자들이 전혀 힘을 내지 못했다. 4월 초 한화의 팀 타율은 1할대였다. 4월 8일 기준 규정 타석을 채운 한화 타자들 중 2할을 넘긴 타자는 황영묵이 유일했다. 터져야 하는 채은성, 노시환, 에스테반 플로리얼 모두 하위권에서 놀았다.
그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건 채은성이다. 팀의 주장으로서 힘을 내지 못하고, 또 투수들은 버티는데 타자들이 치지 못하니 미안함이 컸다. 그러나 이제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4월 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부터 4월 13일 대전 키움 히어로즈전까지 6경기 연속 안타와 함께 9안타를 집중했다. 팀 타선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1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시즌 2차전. 기다리던 홈런 소식을 전했다. 채은성은 팀이 0-2로 밀리던 2회초 2사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SSG 선발 김광현의 146km 직구 2구를 공략해 우중간을 넘어가는 홈런으로 완성했다. 비거리 120m.
채은성의 시즌 첫 홈런이다. 2024년 9월 18일 창원 NC 다이노스전 이후 210일 만이다. 이후에도 채은성은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줬고 3안타 1홈런 2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0-4 대승에 기여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20경기 16안타 2타점 2득점 타율 0.232 OPS 0.607로 아쉬운 활약을 남기고 있었던 채은성은 잊어도 될 것 같다.
경기 후 만난 채은성은 "좋은 쪽으로 타구가 나왔고, 좋은 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선수들 모두좋은 경기를 했다"라며 "예전부터 홈런을 치려고 했던 적은 없다. 난 홈런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홈런보다 타격 타이밍이 너무 안 좋았다. 그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좋은 타격이 나올 수 있도록 꾸준히 연습하고 노력 중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시즌 초반에는 타자들이 힘을 내지 못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나도 야구를 오래 했지만 이렇게 안 맞는 시즌은 못 봤다. 전체적으로 팀이 어렵지만 이걸 이겨내야 연승이 또 있다. 지금은 말이 필요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무엇보다 대전 신구장 개막 시대에 터지지 않으니 웃을 수가 없었다.
채은성은 "힘들었다. 새로운 구장에서 모두의 기대감이 큰 상황이었는데 나도 이런 적이 처음이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다 못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타팀 선수들도 '왜 그러냐'고 그랬다"라며 "전화도 많이 받았다. 은퇴한 형들에게도 전화가 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 코치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제 좋아질 일 밖에 없다. 바닥은 없다고 생각한다. 선수들 다 그렇게 생각한다"라며 "결과를 만들어 내야 되는 건 선수들이다. 감독님이나 스태프분들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시려고 노력하신다. 선수들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경문 감독의 말 한마디가 선수들에게 힘이 됐다고.
채은성은 "마음을 내려놨다. 뭘 해도 안 되고, 운도 안 따랐다. 그래서 감독님이 대놓고 이야기를 하셨다. '이래 못 치나, 저래 못 치나 똑같으니까 도망가지 말자'라고. 더 안 될 때 과감하게 돌려 답답함을 풀려고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지금 팀 분위기는 좋다. 초반에는 아쉬웠던 점이 투수들이 워낙 좋으니까 타격에서 조금만 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며 "지금은 기분이 좋다. 어려운 투수들을 만나도 선수들이 잘 풀어주고 타자들이 잡아주고 있다. 좋은 기운 이어가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인천 = 이정원 기자 2garde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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