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정말 잘 데려왔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2023시즌에 앞서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모처럼 지갑을 열었다. 수년 동안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안방과 센터 내야를 보강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롯데는 4년 총액 80억원의 계약을 통해 유강남을 품에 안은데 이어 4년 총액 50억원을 투자해 노진혁까지 품에 안았다. 노진혁을 영입한 이유는 딕슨 마차도와 결별, 외국인 선수를 외야수로 활용하려고 했던 롯데가 내린 결단의 대가였다.
노진혁을 향한 롯데의 기대감은 분명 컸다. 수비력은 리그 최상위권이라고 할 순 없지만, 두 자릿수 홈런은 물론 매년 0.800 이상의 OPS 기록할 수 있는 타격 능력은 롯데의 지갑을 열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노진혁은 데뷔 첫 시즌 113경기에서 86안타 4홈런 타율 0.257 OPS 0.724로 아쉬움을 남기더니, 지난해에도 73경기에서 30안타 2홈런 타율 0.219 OPS 0.604로 반등하지 못했다.
급기야 노진혁은 올해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은 물론 현재는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인해 2군에서 단 한 경기도 치르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롯데는 노진혁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워나가는 중이다. 2023-2024시즌의 경우 박승욱이 최고의 두 시즌을 보내며 주전 역할을 소화했고, 롯데는 내야 뎁스를 조금 더 끌어올리기 위해 이번 겨울 트레이드를 통해 전민재를 품에 안았는데, 이는 완전한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전체 40순위로 두산 베어스의 선택을 받은 전민재는 그동안 꽃을 피우지 못했다. 2022시즌 35경기에서 13안타 타율 0.289로 가능성을 드러내는 듯했으나, 2023년 19경기에서 0.235를 기록하는 데 그쳤고, 지난해 데뷔 후 가장 많은 100경기를 소화했으나, 61안타 2홈런 타율 0.246 OPS 0.599에 머물렀다. 이에 두산은 전민재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는데, 롯데에서 드디어 재능을 만개하고 있다.
롯데에서 개막 엔트리 승선에 성공한 전민재는 3월 7경기에서 3안타 타율 0.200를 기록하는 등 시즌 스타트는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친정' 두산을 만나면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지난 4일 두산을 상대로 2루타 두 개를 포함해 3안타를 폭발시키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더니,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 4일 두산과 첫 맞대결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전민재는 "이전부터 감이 좋지 않아서 걱정을 했는데, 경기 시작 전 국민의례를 하면서 하늘에 기도를 했다. '오늘만큼은 진짜 잘하게 도와달라'고 했는데, 운이 많이 따랐다. 기술적인 문제는 없는데, 그동안 생각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코치님들께서 '하던대로 해'라고 믿음을 주시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기도의 힘 덕분일까. 전민재는 이후에도 폭주를 이어갔다. KIA 타이거즈와 3연전의 첫 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더니, 이튿날 3안타를 때려냈고, KIA와 마지막 경기에서도 2안타 2득점으로 펄펄 날아올랐다. 그리고 12일 NC 다이노스와 맞대결을 시작으로 15일 키움 히어로즈전까지 3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한 전민재는 16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11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11경기에서 전민재가 생산한 안타는 무려 20개에 이른다.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내야 뎁스 강화 차원이었던 전민재. 하지만 이제는 '예비 FA' 박승욱이 폼을 되찾고 1군 무대로 복귀하더라도, 주전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 가끔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공격력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다. 현재 전민재의 시즌 타율은 0.397로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최근에도 전민재는 계속해서 기도를 이어나가는 중이라고.
현재 전민재는 팀 적응도 잘 해나가고 있다. 그는 "김태형 감독님은 두산 시절부터 봐왔던 감독님이시다. 성격도 잘 알고, 어떤 플레이와 행동을 싫어하는 지도 누구보다 잘 안다. 응원가 떼창도 정말 힘이 많이 된다. 응원가를 들을 때마다 '어떻게든 안타를 치고 싶다. 진짜 살아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활짝 웃었다.
"(정)철원이가 정말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나만 잘하면 된다. '둘, 정말 잘 데려왔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데,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끝날 때까지 유지를 해보겠다"고 했던 전민재. 지금까지의 흐름만 놓고 본다면, 오프시즌 트레이드 승자는 롯데가 되는 모양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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