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美 관세·주요국 대응 급변…통상 여건 악화
금통위 전원 3개월 내 인하 가능성 열어둬야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지난 2월 이후 가장 큰 변화는 통상 여건이 악화된 점이다. 미국 관세 정책의 강도와 주요국 대응이 단기간 급격히 변화하는 만큼 현재로서는 전망 시나리오를 설정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17일 이창용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 결정과 관련해 이같이 배경을 밝혔다.
이어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 대내외 정책 여건 불확실성이 어떻게 변화할지 보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금융을 고려해 4월 기준금리를 묶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2.75%로 동결했다.
한은은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됐음에도 금융시장 안정을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금통위는 “1분기 경기 부진과 통상 여건 악화로 성장의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며 “미국 관세정책 변화, 정부 경기부양책 추진 등에 따른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고 환율의 높은 변동성과 가계대출 흐름도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동결 배경을 전했다.
이번 기준금리 결정에 대해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동결 의견을 냈다. 신성환 금통위원만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창재 총재는 “신성환 금통위원은 물가를 보면 큰 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환율과 가계부채 등 우려할 부분이 남아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하면서 경기 둔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고 첨언했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큰 점도 금리를 섣불리 인하하기 어려운 이유다.
지난 9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87.5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1420원대로 내려왔다.
이 총재는 “환율 변동성이 줄어들려면 미국 행정부 관세 정책이 어떻게 될지,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수용할지 보복할지 등이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통위원들은 향후 3개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은 5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망 수정치와 금융시장 상황, 외환시장 상황 등을 보면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전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도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년 새 인플레이션이 6%까지 올라 불가피하게 금리를 올렸다”며 “현재는 금리 인하 사이클에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CE 등 글로벌 IB들은 최근 한국의 성장 전망치를 1% 이하로 내렸다. 한은도 5월 기존 전망치인 1.5%에서 추가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성장의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 나가되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가계부채, 환율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보라 기자 bor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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