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역대급 외인'이라고 평가받았던 두산 베어스의 콜 어빈. 그가 보인 태도는 역대급이긴 한 모양새다.
두산은 올 시즌에 앞서 외국인 선수 세 명을 모두 갈아치우는 선택지를 가져갔다. 지난 2년 동안 와일드카드 위로 올라가지 못했던 아쉬움을 털어내고,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바로 '현역 빅리거'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콜 어빈을 영입했던 까닭이다.
지난 2016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전체 137순위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지명을 받은 어빈은 2019년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데뷔 첫 시즌 어빈은 16경기(3선발)에서 2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5.83, 코로나19로 단축시즌이 열린 2020시즌에는 3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17.18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나, 이듬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잠재력이 폭발했다.
어빈은 2021시즌 32경기에 등판해 무려 178⅓이닝을 소화, 10승 15패 평균자책점 4.24로 활약했다.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두 자릿수 승리를 손에 쥔 것이다. 그리고 이듬해에도 30경기에서 181이닝을 던졌고, 9승 13패 평균자책점 3.98로 좋은 활약을 이어갔다. 유일한 아쉬움이 있다면,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손에 넣지 못했다는 것 뿐이었다.
2023시즌 어빈은 세 번째 팀이었던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1승 4패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하는데 그쳤으나, 지난해 볼티모어와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26경기(16선발)에서 6승 5패 평균자책점 4.86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어빈은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이거가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바로 두산과 계약을 통한 KBO리그 입성이었다.
어빈이 이런 선택지를 가져간 이유는 분명하다. KBO리그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뒤 메이저리그로 유턴하기 위함.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브룩스 레일리(뉴욕 메츠), 에릭 페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카일 하트(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최근 수많은 투수들이 KBO리그에서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 뒤 나쁘지 않은 계약을 통해 빅리그로 돌아갔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빈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다소 실망스럽다. 어빈은 11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9경기 5승 3패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 중. '현역 빅리거'라는 수식어에는 분명 못 미치는 모습이다. 그런데 더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있다. 어빈의 실력이 아닌 태도의 문제다.
어빈은 지난 3월 28일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도 한차례 말썽을 일으켰다. 박병호와 설전을 일으켰던 것. 박병호는 타격 이후 허리를 뒤로 젖히는 특유의 폼을 갖고 있는데, 이를 어빈이 '세리머니'라고 착각을 했던 것. 이에 어빈은 박병호를 뜬공으로 잡아내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말'을 했고, 이를 들은 박병호가 화를 참지 못하고 어빈에게 달려들 뻔했다.
그래도 당시 어빈은 경기가 끝난 뒤 동료들을 통해 한국 야구 문화를 비롯해 박병호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직접 박병호를 찾아가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런데 지난 11일 경기에서 더욱 충격적인 장면이 나왔다.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어빈이 2⅓이닝 동안 무려 7개의 사사구를 기록하는 등 8실점(8자책)으로 박살이 나자, 박정배 투수 코치가 투수 교체를 위해 마운드를 방문했다.
문제의 장면은 여기서 발생했다. 투수 교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어빈이 박정배 코치를 비롯한 양의지의 어깨를 자신의 어깨로 밀치며 화가난 듯 더그아웃으로 내려가는 장면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어빈은 교체 지시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갖고 있던 공도 내팽개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장면은 중계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잡혔고, 팬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어빈은 메이저리거 시절부터 보육원에 봉사활동을 다니고, 이를 한국에서도 이어갈 정도로 인품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마운드에만 서면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승부욕인 셈. 그런데 승부욕이 강해도 너무 강하다. 표출을 해야 할 장소와 대상의 선택이 너무나도 잘못됐다.
물론 경기가 끝난 뒤 어빈이 박정배 코치를 비롯해 양의지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는 후문이지만, 이는 팀 동료와 코칭스태프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제 아무리 프로 스포츠라도 실력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팀 케미스트리다. 두산은 지난해 헨리 라모스가 선수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자,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체를 단행했다. 어빈도 마찬가지의 루트를 밟을 수도 있다.
두산은 어빈을 상당히 배려하는 팀이다. 등판 간격과 교체 시점 등에 대해서도 어빈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해 왔다. 하지만 11일 어빈이 보인 모습에선 동료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두 눈을 뜨고 지켜보기도 힘들었던 투구 내용에 이어 마운드를 내려가는 과정까지 어빈의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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