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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상욱 객원기자]북독의 명가 베르더 브레멘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브레멘은 2월 28일 새벽(한국시간) 홈에서 벌어진 바이어 레버쿠젠과의 24라운드 홈경기에서 2-2로 비기며 간신히 강등권 추락을 면했다.
전후반 1골씩을 허용해 0-2로 끌려가다가 후반 종료 7분을 남기고 슈테판 키슬링의 자책골과 세바스티안 프뢰들의 동점골이 나와 간신히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었다. 더욱 다행스러운 점은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통해 브레멘의 두 골이 모두 기록됐는데 이들 두 골 모두 근소하게 브레멘의 오프사이드였지만 이를 심판진이 정확히 보지 못했기에 무승부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이미 전반기를 14위로 마치며 험난한 시즌을 예고한 브레멘은 후반기 들어서도 첫 경기였던 1899 호펜하임전에서만 승리를 거뒀을 뿐 이후 치러진 6경기에서 3무 3패의 부진을 이어가며 24라운드가 종료된 현재 강등권을 갓 벗어난 15위로 떨어진 상황이다.
브레멘은 올시즌 개막전이었던 1899 호펜하임과의 경기에서 1-4로 대패하며 1라운드 종료 당시 18위로 잠시 강등권에 놓여있던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중위권까지 치고 올라가며 예년의 명성을 되찾는 듯 보였지만 15라운드 이후 슬럼프에 빠지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브레멘은 2008-09 시즌 10위로 잠시 내려앉은 바 있지만 당시 시즌을 제외하곤 03-04 시즌부터 지난 시즌에 이르기까지 우승 한차례, 준우승 2번, 3위 3번을 차지하는 등 분데스리가의 강호로 군림해왔다. 챔피언스리그에도 어느덧 단골 손님이 된 브레멘이다. 하지만 올시즌은 리그에서의 부진뿐만 아니라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조 최하위를 기록해 일찌감치 탈락하는 부진을 보였다.
브레멘의 부진은 극심한 공수의 불균형이다. 2000년대들어 꾸준히 상위권을 지켜오던 브레멘은 화끈한 공격 축구를 구사하는 팀으로 3골을 내주면 4골을 넣는 스타일을 가진 팀이다. 즉 수비력은 이미 정상급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팀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올시즌 들어 가뜩이나 허약한 수비력이 드디어 한계점에 다다랐고 공격진 역시 예년과 달리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크게 약화돼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수비진에서는 일단 페어 메르테사커의 중앙 수비수 파트너를 맡았던 날두가 무릎 부상으로 장기간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올시즌 단 한 경기도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대포알 같은 프리킥 능력으로 간간이 득점포까지 쏘아주던 날두의 공백은 치명적이다. 날두 외에도 수비수 세비스티안 뵈니쉬, 미드필더 다니엘 옌센 등 주전급 선수들이 장기간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다.
공격진에서는 올시즌 전반기에만 9골을 터뜨리며 아직까지 팀내 최다 득점을 기록중인 후고 알메이다가 겨울철 이적기간을 통해 베식타스 이스탄불로 이적한 것이 결정적이다. 그밖에 주포 클라우디우 피자로가 시즌 내내 잦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며 단 14경기에 출장해 4골밖에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인터 밀란에서 영입한 오스트리아 국가대표팀 공격수 마르코 아르나토비치가 적응에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며 단 2골에 그치고 있는 점이나 해결사 능력을 가진 마쿠스 로젠베리가 시즌을 앞두고 라싱 산탄데르로 이적한 점들도 악재였다.
물론 남아공 월드컵 이후 팀 공격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던 메수트 외질이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브레멘 시절 공격의 첨병 역할을 맡았던 외질이 떠난 자리에 또 다른 독일 대표 마르코 마린이 있지만 외질 만큼의 득점력을 기대하긴 힘들고 한방의 킬패스 능력보다는 스스로 드리블과 돌파를 즐기는 스타일인 만큼 종종 고립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 아쉽다. 물론 공격수들의 부진이나 부상 등이 동반되지 않았다면 마린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였을 가능성도 없진 않다.
브레멘이 지난 몇 년간 줄곧 상위권을 지켜온 것은 사실이지만 점진적인 리빌딩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과거 요한 미쿠에서 디에구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바로 그 예다. 물론 적어도 지난 시즌부터 시작됐어야 할 리빌등은 어느 한 포지션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체적인 체질 개선이었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브레멘은 세대교체에 실패한 현상황이다. 토르스텐 프링스의 후계자를 준비하지 못했고 공격진에서는 피자로에게 너무 의존해왔다. 수비진 역시 그간 화려한 공격력에 가려져 비난을 덜 받았지만 기동력이 떨어져 역습에 속수무책이었던 수비진은 진작부터 정리가 필요했다.
브레멘의 올시즌 최대 목표는 이제 중위권 진입이나 그 이상의 성적이 아닌 1부리그 잔류다. 브레멘은 올시즌 외질을 레알로 이적시키면서 1800만 유로(약 28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하지만 정작 이 돈을 제대로 재투자하지 못한 브레멘이다. 외질 이적료의 70% 가까이를 소진하며 영입한 웨슬리와 아르나토비치는 부상과 적응 실패로 사실상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을 끝으로 브레멘의 주장 프링스는 현역 은퇴를 선언한 상태다. 화끈한 공격력과 2m에 달하는 중앙 수비수 듀오, 개성강한 수문장 팀 비제 등 팀을 대표하는 많은 수식어와 선수들이 있지만 브레멘은 프링스를 중심으로 뭉친 팀이다. 그만큼 그의 존재는 매우 크다. 그의 현역 은퇴 선언으로 자의든 타의든 세대교체를 단행할 수밖에 없게 된 브레멘이다. 올시즌을 무사히 넘길 수 있다면 다음 시즌 브레멘은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해야만 하는 셈이다. 두시즌 전 잠시 10위로 떨어졌던 브레멘이 다음 시즌 곧바로 상위권으로 도약했던 예가 다음 시즌에도 반복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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