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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혼자 영화보다 울어요"
[마이데일리 = 강선애 기자] 지성(34)은 ‘진지한 청년’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배우다. ‘로열패밀리’, ‘태양을 삼켜라’ 등의 드라마에서 선보인 카리스마와 강한 눈빛 연기는 지성의 이미지를 그렇게 묶어 놓았다. 물론 캐릭터가 모두 ‘멋진 남자’들이었으니 지성에게 마이너스는 아니다. 다만 배우에게 지나친 무게감이 생기면 배역 선택의 폭이 좁아져 매번 대동소이한 캐릭터를 맡게 된다는 단점이 작용한다.
지성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에서 ‘차지헌’ 본부장 역을 연기하며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버렸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한 게 처음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성은 철없고 자기 중심적이고 공황장애까지 갖고 있는 차지헌을 때론 코믹하고 때론 가슴 뭉클하게 연기해냈다.
지성이 차지헌으로 완벽히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온전히 캐릭터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했던 노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지성은 차지헌에게 어울리는 옷, 신발, 가방 등 디테일한 소품 하나하나까지 챙기며 자신의 머리 속에 차지헌을 그렸고, 이런 섬세한 작업 끝에 시청자들 눈 앞에 차지헌을 살아 움직이는 인물로 표현해냈다.
“독특하면서도 차지헌만의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 많이 했어요. 비서가 있어도 자기 물건은 안 맡기고 다 안고 다닌다는 느낌으로 백팩을 멨고, 반항심을 표현하기 위해 회사에 운동화를 신고 다녔고, 일부러 원색의 옷으로 색감을 강조하기도 했죠. 공황장애 연기는 쉽지 않았어요. 너무 공황장애에 치우치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운되고, 그렇다고 너무 쉽게 표현하면 실제로 공황장애를 겪고 계신 분들께 누가 될 거 같아 수위조절을 하는게 힘들었죠. 그러다가 차지헌이 왜 공황장애를 겪게 됐을까를 생각하게 됐어요. 어린 시절에 아픔을 겪어 정신의 성장이 멈췄고, 그래서 공황장애가 생겼다고 생각하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차지헌은 제 가치관을 주입시킨, 제가 만든 옷을 입은 캐릭터에요. ‘보스를 지켜라’를 통해 차지헌이 공황장애를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과정, 그러면서 진솔하게 사랑을 대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원래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했고, 제가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장르라 생각했어요. 근데 지난 10년 동안은 바로 갈 수 있는 길을 쭉 돌아온 셈이죠. 잘하는 걸 연기하는 것과 다양한 작품을 통해 표현력과 스펙을 넓혀가는 것, 둘 중에 필요한 건 후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눈이 먼저 가는 작품은 배제하고, 도전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는 작품을 골라 연기해 왔죠. 그러다보니 이제야 로맨틱 코미디를 하게 됐는데, 다행히 많이 좋아해주셔서 저도 기분 좋아요.”
배우가 맡는 캐릭터와 작품은 그 배우의 실생활에 영향을 끼친다. 우울한 캐릭터를 연기하면 진짜 우울해지고,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면 내향적인 사람이 외향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지성은 공황장애가 있지만 명랑했던 차지헌을 연기하며 스스로 많은 힘을 얻었다.
“’로열패밀리’가 인간의 선과 악을 다루며 어둡게 가다보니 그 영향을 받아 저도 우울한게 있었어요. 거기에 개인적인 일이라 말할 순 없지만 여러가지 집안에 힘든 일도 있었어요. 여행을 가서 떨쳐내려 해도 우울증이 사라지지 않았는데, 그런 절 치유해준게 ‘보스를 지켜라’에요. 차지헌을 연기하며 잊고 있었던 부분을 새롭게 생각하게 되고, 유쾌 통쾌함 속에 저 자신을 돌이켜보고 같이 밝아졌죠.”
“배우인지라 ‘작품으로 대화하면 되겠지’ 했는데, 오히려 그러다보니 ‘인간 지성’에 대해 알릴 기회가 없더라고요. 팬들도 제가 누군지 잘 모르세요. 그래서 예능프로그램에 나간다면 계산적이지 않고 솔직담백하게 저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마음 먹었죠. 전 대중과 ‘친구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같이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 희로애락을 함께 즐기고 제 연기와 작품에 대한 공감대도 나누고…그렇게 대중에 먼저 주저없이 다가가고 싶어요.”
사생활을 꽁꽁 숨기고 신비주의를 추구할 거라 생각됐던 지성은 의외로 지하철을 즐겨 타고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다. 영화관에 혼자 가서 영화를 보다가 펑펑 울어서 일어날 때 부끄러웠던 적도 있단다.
“예능 뿐만이 아니라 지금 전반적으로 그런 생각을 해요. 대중이 나한테 다가오는 방법을 모르니 내가 대중한테 먼저 다가가야겠다는 그런 생각이요. 그래야 배우들이 외롭지 않을 거 같아요. 배우들이 돈 많이 벌고 외국도 잘 나가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고 그러니 ‘저런 직업이 어디있어’라며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아요. 물론 그런 부분이 있긴 하지만, 반면에 배우들은 외로움이 정말 커요. 결국엔 나 혼자 해야하고 누구도 날 이해하지 못한다는, 그런 외로움을 갖고 있어요. 그런 생각을 떨쳐내야 한다는 걸, 내가 먼저 다가가고 내 고민을 나눠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배우 생활을 하는 지금 이 시점에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쉽고 자주 볼 수 있다는 의미보단, 정신적으로 친구같고 친근한 느낌을 드리고 싶어요. 연령대를 떠나서 의사소통을 같이 할 수 있는, 그래서 ‘지성’을 생각하면 부담스럽지 않고 연기가 기다려지는 그런 친구 같은 배우요.”
[사진 = 나무엑터스]
강선애 기자 sak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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