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정영일이 야신 밑에서 반전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을까.
시간을 5년 전인 2006년으로 돌려보자. 고교야구에서 한 경기 23탈삼진을 솎아내는 등 유명세를 떨쳤던 정영일(당시 광주 진흥고)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 프로야구 LA 에인절스와 계약했다. 야구계 또 한 명의 거물인 김성근 감독은 지도력을 인정받아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 정식코치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랬던 그들이 5년이 지난 뒤 미국도, 일본도 아닌 한국에서, 그것도 정식 프로야구팀이 아닌 독립구단에서 만날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 접점이라고는 찾을 수 없을 것 같던 김성근과 정영일의 만남
5년이라는 시간은 김성근 감독과 정영일을 많이 바꿔 놓았다. 김 감독은 2007시즌부터 한국 프로야구에 복귀 후 SK를 맡아 생애 첫 프로야구 우승팀 감독이 되는 등 우승 3번, 준우승 1번을 일궈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마지막은 좋지 않은 모양새로 소속팀과 끝났다. 2011년 8월 중순 자진사퇴 선언 후 다음날 경질 당하며 야인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가 있을 곳은 여전히 야구였고 한 해가 저물기 전 자신과 꼭 닮은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사령탑이 됐다.
정영일은 2006년 7월 LA 에인절스와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거의 꿈을 꿨다. 계약금도 100만달러로 적지 않았다. 하지만 팔꿈치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이후 토미존 수술을 받으며 재기를 꿈꿨지만 팔꿈치 통증이 재발하며 올해 5월 팀에서 방출됐다. 야구규약으로 인해 국내 구단으로의 복귀도 여의치 않았다.
그러던 와중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러브콜을 보내왔고 그렇게 김성근과 정영일의 만남은 이뤄졌다.
▲ '라이벌' 김광현의 '평생의 은인' 김성근 앞에서 재기 성공할까
정영일은 27일 고양 원더스 선수단이 훈련 중인 전주에 합류했다. 아마추어 시절 친구이자 라이벌로 고교 야구를 함께 호령했던 1988년생 동갑내기 김광현(SK)을 따라잡기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참 아이러니다. 부활의 조력자가 될 인물이 자신이 지체돼 있는 사이 라이벌이자 친구인 김광현을 한국 프로야구 MVP로 만든 김성근 감독이기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은 김광현과 2007년부터 올시즌 중반까지 SK에서 함께 했다. 김성근 감독에게 김광현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였으며 김광현은 거침없이 김 감독을 '평생의 은인'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제 정영일에게 김 감독은 김광현을 MVP로 만든 소속팀 사령탑이 아닌 자신이 속한 팀의 감독이라는 점이다. 정영일 역시 입단 확정 이후 "김성근 감독님 밑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정영일이 김광현에 이어 김성근 감독의 또 다른 애제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그의 잠재력을 생각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한 그동안의 아쉬움을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정영일이 김 감독의 애제자가 된다면 김 감독은 김광현에 이어 또 한 번 애제자와 떨어져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속한 고양 원더스의 목표가 선수들의 재기를 돕는 것이기 때문에 정영일은 고양을 떠나 프로팀 유니폼을 입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으로서는 김광현과 아쉽게 헤어진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정영일을 기쁜 마음으로 떠나보낼 수 있을 것이다.
[사진=LA 에인절스 입단 당시 정영일(왼쪽)과 고양 원더스 사령탑 취임식에서의 김성근 감독]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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