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세호 기자] "쿠세를 잡아내는 형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투구 버릇 노출을 막기 위해 글러브를 큰 걸로 바꿨다"
버릇이나 습관을 뜻하는 일본어 '쿠세'는 야구에서 투수들이 투구할 때 구종에 따라 투구폼이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메이저리그를 거쳐 긴 공백기를 뚫고 국내 무대에 연착륙한 LG 선발 투수 류제국의 세심한 노력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류제국은 LG의 해외파 특별지명을 통해 올해 서른살의 나이로 국내 프로야구에 데뷔했다. 어느새 전반기 9경기에서 4승1패 평균자책점 3.38의 인상적인 활약으로 전반기 2위를 확정한 LG의 상승세에 기여하며 믿을 만한 선발 투수로 입지를 다졌다.
호투를 이어오던 류제국은 지난달 29일 잠실 SK전부터 글러브를 이전보다 큰 것으로 바꿨다. 이유는 투구 버릇 노출을 막기 위해서다. '쿠세'를 잘 잡아내는 것으로 알려진 이진영 등 팀내 고참들이 경기 중 상대 투수의 버릇을 파악해 선수들에게 조언해주는 모습을 보고 미리 대비책을 세운 것이다.
류제국은 "쿠세를 잡아내는 형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기 초반 상대 투수의 버릇을 파악하면 선수들과 공유해 이후 타자들이 타석에서 직접 이를 확인한다"며 "검증이 되면 그 투수는 등판할 때마다 우리 야수들에게 그냥 두들겨 맞는다"고 말했다. 단, 다른 팀 선수들과는 절대 공유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때문에 상대 투수도 자신의 버릇이 노출된 것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성공적으로 전반기를 마친 류제국은 시즌을 돌아보며 자신에게 후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4년의 공백기가 무색한 활약을 펼친 그는 "예상보다 승수가 많고 성적이 좋았다"며 "100점 만점에 8~90점은 되지 않을까"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초반 2, 3경기 후 퀄리트스타트를 꾸준히 하지 못했다"며 "이닝수가 생각보다 부족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호투 비결은 무엇보다 마음가짐이었다. 그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중요했다"며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며 욕심 없이 편하게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야구가 가장 즐겁고 재밌다'는 류제국. 그의 야구 인생 2막이 활짝 열려있다.
[류제국.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세호 기자 fam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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